흑백 사진
나의 그녀/나의 그녀 2009/01/03 00:00흑백 사진에 관한 책을 한 권 읽고 있었다.
앞쪽에 왜 흑백 사진을 찍는가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사실 나도 궁금했던 점이었다.
세상은 컬러인데 왜 흑백 사진을 고집하는 것일까.
저자인 슈스는 흑백이 컬러보다 더 사실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얘기는 내게 있어 흑백이 컬러보다
더 많은 얘기를, 더 진실하게 들려줄 수 있다는 말로 들렸다.
그는 흑백을 가리켜 오랜 친구같은 색이며,
그래서 편안하다고 말한다.
그에 비하면 컬러는 너무 혼란스럽다는 것이 그의 평가이다.
그런 혼란이 일어나는 것은
컬러 사진에선 색들이 모두
자기를 주장하려 들기 때문이다.
컬러에선 색들이 모두 자기 색으로 목소리를 높이려 든다.
그러나 흑백 사진에서 흑백은 색이라기보다
차라리 밝음과 어둠이다.
그 밝음과 어둠은 내겐 빛의 농도로 이해가 되었다.
때문에 흑백 사진 속에선 색들은 사라지고
대신 오직 빛만 남는다.
즉 흑백 사진 속에선 세상이 색이 아니라
색의 이전으로 돌아가,
바로 그 색의 출발점이었던
빛이라는 이름의 기본으로 환원이 되며,
그 기본으로서의 빛은 아직 색을 갖지 않은 채
오직 그 농도의 차이로 밝음과 어둠만을 갖는다.
흑백 사진이란 내가 보기엔
바로 그 기본으로서의 빛으로 돌아가보고 싶은 욕망이며,
흑백 사진의 매력에 빠진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세상은 색으로 어지럽혀져 있다.
흑백 사진은 그 어지러운 색을 모두 제거하고
대상의 핵심을 마주하도록 해주는 사진이다.
책을 읽다가 그녀의 사진 하나를 골랐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색을 모두 제거하고
흑백의 그녀를 한참 동안 들여다 보았다.
생각해보니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흑백의 그녀였다.
아직 색으로 어지럽혀지기 전이었다.
사진 속에 그때 내가 만났던 흑백의 그녀가 있었다.
***얘기를 인용한 책은
Berhard J Suess, Creative black-and-white photography: advanced camera and darkroom techniques, Revised Edition, Allworth Press,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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