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소금구이
사진 그리고 이야기/서울에서 2009/07/02 00:00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6월 30일 홍대입구에서
2009년 6월 30일 홍대입구에서
신경숙은 7시에 기차가 떠난다고 했지만
그 껍데기집은 7시에 문을 연다네.
7시까지는 굳건하게 문을 잠그고
절대로 열어주지 않는다네.
자물쇠라기보다는 쇠때라는 말이 더 어울릴 듯한
때묻은 자물쇠가 문을 지키고 있다네.
7시가 되기도 전에 도착했다면
다들 문을 연 옆집들을 마다하고
그 앞에서 서성거려야 하네.
그러다 7시가 되면
멀리 어디선가 신경숙의 기차가 떠나고
그 껍데기집은 문을 연다네.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6월 30일 홍대입구에서
2009년 6월 30일 홍대입구에서
아니 문을 연다는 것도 좀 그렇다네.
내가 그 앞을 서성거리며 7시가 되길 기다리다 지켜봤더니
주인인듯 보이는 부부가 문을 여는 것이 아니라
아예 문을 뜯어내고 있었네.
뜯어낸 문은 한쪽 옆으로 가지런히 몰아 놓았네.
내가 껍데기집이라고 했지만
그 집의 공식 명칭은 마포소금구이라네.
가끔 마포란 이름을 달고 강남에서 버젓이 장사하는 곳도 있지만
그곳은 이름 그대로 마포에 있다네.
좀더 구체적으로 집어 주자면 서교동에 있다네.
서교동이라고 해도 잘 와닿지 않는 사람들에게 좀더 꼭 집어주자면
홍대입구의 산울림소극장을 찾아가면 되네.
그 소극장의 맞은 편으로 골목이 있다네.
골목은 마치 동네를 깊숙이 구석구석 찔러보겠다는 듯이
삼지창처럼 갈라져 세 갈래로 마을로 들어간다네.
그 집으로 가려면 맨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야 한다네.
골목으로 들어가 간판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다 보면
아마도 가장 낡았음직한 간판 하나를 만나게 되고,
그 간판에 마포소금구이라고 적혀 있다네.
아, 다시 또 친절하게 일러주자면
지금은 없어진 기찻길이란 곳을 지나서
오른쪽 편으로 있다네.
차를 가지고 갔다면 세울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네.
물론 신기하기는 하네.
그 좁은 골목에서 어떻게 그렇게 용하게도 빈자리를 찾아내
차를 세울만한 곳엔 모두 차들을 세워두고 있는지 말이네.
그렇지만 서너 바퀴 돌다보면 기적처럼 빈자리가 나타나기도 한다네.
우리가 가던 날도 기적이 나타났다네.
주인 아저씨가 가리키는 손끝에서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
방금 떠나는 트럭 한 대의 뒤로 자리가 비고 있었네.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6월 30일 홍대입구에서
2009년 6월 30일 홍대입구에서
안으로 들어가면 바닥에 자갈이 한무더기 깔려 있다네.
난 술먹다가 심심하면 신발벗고 지압하라고 깔아놓은 것이라고 우겼고,
그 말에 주인 아저씨는 그냥 빙그레 웃기만 했네.
천정은 가운데를 비워 하늘이 훤하게 올려다 보인다네.
난 또 원래는 여기가 천문대 자리였는데
그걸 인수하여 껍데기집을 하게 된 거라고 우겼지만
이번에는 그 말에 주인 아주머니가 쿡쿡 웃었네.
하늘로 열린 천정으로는 별은 보이질 않고
바로 그 동네의 태영 데시앙 아파트가 보인다네.
날이 어두워지자 그 아파트의 창들에 별처럼 불이 들어왔다네.
아저씨에게 소주를 달라고 하면
아저씨는 처음처럼이냐 참이슬이냐는 말로 대꾸를 삼아
우리들을 두 소주 사이의 갈림길에 세우신다네.
하지만 막걸리도 있냐고 물으면
막걸리는 없지만 바깥에서 받아다 드린다고 설명해 주신다네.
우리는 소주를 마셨고, 그것도 처음처럼을 마셨네.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6월 30일 홍대입구에서
2009년 6월 30일 홍대입구에서
벽에는 메뉴가 쓰여져 있네.
껍데기, 소금구이, 소갈비살, 소막창이라고 되어 있다네.
나는 말했다네.
소갈비살, 소막창... 다들 작네... 대는 없나. 사람이 넷인데...
같이간 사람들이 친절하게 작은게 아니라
쇠고기라고 설명해 주었다네.
그녀까지 거들었네.
다음부터는 이런 짓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네.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6월 30일 홍대입구에서
2009년 6월 30일 홍대입구에서
우리는 껍데기를 시켰네.
좀 오래 구워야 하는게 흠이었네.
하지만 한입 입에 문 뒤,
내가 뱉아낸 말은 “오, 맛있네” 였다네.
나는 술을 먹으면서도 가운데를 비운 천정이 영 걱정이 되었네.
일기예보 탓은 아니었다네.
비록 흐리긴 했지만 비올 기색은 없었기 때문이네.
그래도 난 그 걱정을 꾹 눌러두지 못하고 결국은 묻고 말았네.
비오면 어떻게 하시냐고.
그냥 비가 안으로 다 들어오게 내버려 둔다고 하시네.
아하, 그 순간 나는 알게 되었네.
바닥에 깔린 자갈의 정체를.
그 자갈 밑에 물빠지는 통로가 있다네.
안으로 들이친 비들은 아마도 잠깐이지만
자갈을 굴리며 길을 내려가던 냇물의 기억에 흠뻑젖으며
그 짧은 길을 흘러갈 것이네.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6월 30일 홍대입구에서
2009년 6월 30일 홍대입구에서
우리는 소주 네 병을 마셨네.
껍데기와 소막창으로 안주를 했지만
다음에 가면 소금구이도 먹어볼 생각이네.
어쨌거니 소금구이집이니 말이네.
우리에겐 껍데기집이란 이름으로 더 낯익은
마포소금구이집이라네.
TAG 소금구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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