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와 검단산, 그리고 구름

사진 그리고 이야기/사진 두 장 그리고 그 사이에 끼워놓은 이야기 2009/10/17 00:00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10월 15일 미사리 한강변에서

억새가 일제히 내게 소리쳤다.

야, 키좀 낮춰!

엉겁결에 낮춘 내 키를 밟고 올라서더니
억새들은 일제히 산을 타고 올랐다.
몇몇 산보다 더 높이 키를 키운 억새는
잠시 검단산을 눈아래 두고 여기저기 산너머 구경까지 하고 있었다.
구름이 높게 검단산 위로 떠 있었다.

야, 키좀 더 낮춰봐!

성화에 못이기는 척
다시 키를 더 낮추었더니
이번에는 내 키를 밟고 발돋움을 하면서
하늘로 손을 뻗었다.
억새는 뻗은 손으로
지나는 흰구름의 턱밑을 살살 간질렀다.
구름이 간지럼을 참다못해 우헤헤 웃으며 몸을 비틀 것만 같았다.

나는 앉았다 일어섰다 하면서 키득키득 웃었다.

내 키 속에 나의 높이만 있는 줄 알았는데
내 키 속에 억새의 키가 함께 들어 있었다.
내 키를 낮출수록 억새는 높아만 졌고,
내 키를 펴자 억새는 낮게 주저앉았다.

아이들과 놀듯이 잠시 억새와 함께 놀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10월 15일 미사리 한강변에서
top

Trackback Address :: http://blog.kdongwon.com/trackback/1616

  1. Tracked from forestory 2009/10/17 09:02 DELETE

    Subject: 미사동 가을 억새

    억새밭 넘어로 보이는 검단산. 넓게 펼쳐진 억새밭. 사진으로 다 표현을 못해 조금은 안타깝다. 빛에 부서지는 억새들. 억새밭을 넓게 찍으려면 높이가 좀 있어야 하는데 평지인지라 억새밭을 넓게 잡을 수 없었다. 빛에 더욱 하얗게 빛나는 억새들. 솜털처럼 부드러워 보인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주시고~ 빛이 강하니 억새밭 사이에서 몽환적인 분위기가 나온다. 작은 천막들이 있던데 뭐하는 곳인지는 잘 모르겠다. 관리하는 사람들이 쉬는 곳일까... 미사리 조정..
  1. 뜰기 2009/10/17 12:18 MODIFY/DELETE REPLY

    이야. 서정이 절로 흐르네......

    저는 맥 OS 를 가지고 있는데도. 비스타를 깔았고.
    이제는 윈도우 세븐의 시대라고 하고.
    오갈데를 모르겠고

    • backnine 2009/10/17 23:28 MODIFY/DELETE

      서정이랑은 안놀았는데... ㅋㅋ

      모험 한번 해보지 그려셔요.
      맥은 시스템 자체가 비스타와는 많이 달라요.
      폼도 더 난다는.
      잘 알면 맥 시스템 내에 비스타를 둘 수도 있어요.
      그니까 맥과 비스타를 동시에 쓸 수 있다는.

  2. 나무 2009/10/29 11:19 MODIFY/DELETE REPLY

    억새와 갈대의 차이점은 물가에 있으면 갈대라고 하고,
    물이 없는 곳에 있으면 억새라고 한다는데 사실인지 모르겠습니다.
    억새가 때론 새가 되어 으악거리면 운다고 하데요.

    • eastman 2009/10/29 11:27 MODIFY/DELETE

      대충 그렇게 하면 맞는다고 하는데
      억새는 물과 산을 가리질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그냥 색깔이 흰색이면 억새,
      좀 칙칙하면 갈대로 구분하고 있어요.
      억새가 많이 놀랐나 봅니다. 으악, 으악 우는 것을 보면.

Writ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