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자령의 그 나무
사진 그리고 이야기/사진 두 장 그리고 그 사이에 끼워놓은 이야기 2010/02/02 00:00그참 이상하지.
초록이 아직 가시지 않은 가을에
네가 있는 곳을 찾은 적이 있었어.
그런데 그때는 널 본 기억이 없어.
너야 항상 그 자리에 있으니
분명 그 날도 그 자리에서 날 맞아 주었을 거야.
그렇지만 아직 초록이 푸를 때 찾아간 그 날은 너를 놓치고 말았어.
네가 기억에 새겨진 건,
어느 해 눈발이 날리고 안개마저 진해
시야가 네 등뒤로 몇 발자국을 넘어가지 못하던 날이었어.
그 날 무릎까지 빠지는 눈밭을 걸어들어가 너를 만났지.
이상한 일이야.
날맑고 좋은 시절의 네가 눈에 들어올 것 같은데
네가 눈에 들어온 것은 걸음을 떼기도 힘든 날이었어.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눈에 드는 것일까.
즐겁고 행복한 날이 아니라 어렵고 힘겨운 날,
비로소 그런 날 우리는 서로의 눈에 드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나는 힘겨울 때 너를 만난 것 같아.
세상 사는게 힘겹지 않고 즐거울 땐
그냥 모든 것을 스쳐 지나갔던 것 같아.
이번에 갔을 때 안개는 없었어.
네 위로 어지간해선 보기 힘든 맑은 하늘이 얹혀 있더군.
시선도 건너편 산까지 막힘없이 가더군.
멀리 계곡쪽으로 작은 언덕을 넘어 산을 내려가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어.
물론 겨울이라 눈은 좀 쌓여있었어.
이제 여름에 가도 너를 알아볼 수 있을까.
초록이 짙푸른 계절에도 이제는 네가 시선에 들어올까.
가을에 그곳을 오르며 남긴 사진을 보니 온통 꽃사진들이더군.
내가 무엇에 시선을 뺐겨 너를 보지 못했는지 짐작이 갔어.
생각해보면 꽃의 인연처럼 허무한 것도 없지.
다시는 보기 어려우니 말이야.
아마 한번 사라지면 다시 못볼 그 허무함 때문에
항상 꽃에 집착하는 것 같아.
그러나 인연하면 항상 같은 자리를 지키며 나를 기다리는
너만한 인연이 없을 거야.
나는 겨울에 갈 때만 너를 알아보고 있어.
이제 봄이 지나고 신록의 물이 한껏 오른 다음에 너를 한번 찾아가 보려구.
겨울 인연의 네가 여름에 어떻게 나를 기다리고 있는지 마구 궁금해 졌거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한번 들를께.
Trackback Address :: http://blog.kdongwon.com/trackback/1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