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은 모두 흰머리산을 꿈꾼다 - 미시령에 다녀오며
사진 그리고 이야기/여행길에서 2006/12/11 00:02 너무 집에 붙박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전 뉴스의 말미에 전하는 날씨 소식에
강원도에 대설주의보가 내릴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곁들여져 있었다.
일해야 하는데 하면서 마음을 눌러두려 했지만
눈소식이 이끈 자장 앞에서 자꾸만 그 마음이 흔들렸다.
12월 9일 아침, 슬그머니 그녀의 마음을 함께 흔들었다.
“강원도에 안갈래?”
그녀도 일이 있는데 하는 눈치였지만
눈앞에서 마음이 흔들리기는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우리는 아침을 먹고는 길을 나섰다.
차가 팔당을 지나 양평으로 향하고 있을 때,
양수리부터 길이 막혔다.
앞에서 사고가 난 것이었다.
멀리 한강의 잔물결 위로
구름을 뚫고 내려온 햇볕이 반짝반짝 부서지고 있었다.
서울 근방은 아무리 둘러보아도 눈올 날씨는 아니었다.
그녀가 은근한 걱정을 털어놓았다.
“강원도에 눈이 오고 있을까?”
내가 대답했다.
“강원도는 좀 달라.
서울떠나 두 시간쯤 강원도 쪽으로 달리면
그때부터 세상이 히끗히끗해지기 시작한다니까.”
보통은 홍천 정도부터 눈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눈이 내렸다 싶은 풍경은
인제에 도착해서야 볼 수 있었다.
인제의 산들은 죄다 눈을 뒤집어 쓰고 있었다.
백담사 쪽으로 들어갈까,
더 북쪽으로 갈까 망설이게 만드는 애매모호한 날씨였다.
그렇지만 인제를 지나면서
길옆으로 보는 풍경도 이제는 눈풍경이었다.
이 정도만으로도 눈에 대한 갈증은 충분히 해갈시킬 수 있었다.
난 진부령으로 가자고 했다.
진부령이 가장 북쪽에 있는 고개니까
그곳에 가장 눈이 많을 것 같았다.
눈은 쌓여있었지만 아울러 녹고 있었다.
나는 투덜거렸다.
“아니, 눈꽃펜션인데 왜 펜션만 있고 눈꽃은 없는 거야.”
그러나 얇게 지붕을 덮고 있는 눈을 보면
어떻게 색을 칠한들 저런 빛을 낼 수 있을까 싶었다.
진부령의 어느 창고 위에선
단지들이 모두 눈을 뒤집어쓰고
눈이 녹아내리는 초겨울의 푸근한 어느 하루를 즐기고 있었다.
진부령에서 발길을 돌려
다시 미시령으로 내려가다 일단 점심을 먹었다.
식당 바로 앞쪽의 산 위에서
구름이 갈라지면서 푸른 하늘이 나타난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바다에서만 홍해의 기적을 찾는 거야.
흐렸다 개었다 하는 날이면
항상 하늘에 홍해의 기적이 있는데.
우린 미시령으로 갔다.
아래쪽은 눈이 녹고 있었지만
멀리 산꼭대기로는 온통 눈이 하얗다.
금방 한겹 뿌리고 지나간 것이 분명한 풍경이다.
산꼭대기 위쪽을 안개가 슬쩍 가리며 지나간다.
눈이 없을 때는 확연하게 보였을 안개가
오늘은 눈의 흰빛에 묻혀 버렸다.
눈밭으로 들어서자 차가 기우뚱한다.
내가 “야호, 신난다”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녀가 말했다.
“너는 남편으로선 꽝이야.
연인으로선 만점인데 말이야.
이런 데 들어서면 남편들은 위험하다고 걱정하는게 먼저야.”
그러거나 말거나 이미 눈에 마음을 뺏긴 나는 그저 좋기만 했다.
우리는 차를 아래쪽의 주차장에 세워두고
미시령 옛길을 따라 터덜터덜 걸어올라가기 시작했다.
눈이 그대로 덮여 있는 온통 하얀 길이었다.
그 길에서 눈사람을 만났다.
“야, 한쪽은 너처럼 털보다야.”
그녀가 한마디 했다.
조금 올라가자 이제 길에 사람이 다닌 흔적이 하나도 없었다.
매번 차를 몰고 오르던 길을
오늘은 발밑으로 눈을 하얗게 밟아가며 걸어서 오른다.
마치 처음 그 길을 가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벌써 눈이 여러 번 내렸나 보다.
길옆엔 그동안 눈을 치우면서 생긴 눈덩이 위로
다시 눈이 덮여 올망졸망한 눈의 바위가 되고,
그 눈의 바위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흐르고 있었다.
내 걸음을 따라 그녀가 따라온다.
눈길에선 그녀가 먼저가거나 내가 먼저가도
항상 함께 가는 셈이다.
발길을 따라가다 나중에 돌아보면
둘이 어느새 나란히 오고 있는게 눈길이다.
마주보이는 산에서 나무들이 눈을 뒤집어 쓰고
그 무게로 나뭇가지들이 팔을 낮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눈으로만 장식을 한 크리스마스 트리이다.
눈으로만 장식을 했어도 그 어느 트리보다 아름답다.
멀리 높은 산봉우리 하나가 보인다.
온통 하얗다.
온통 하야니 오늘은 저 산의 정상도 백두, 그러니까 흰머리이다.
눈오는 날엔 모든 산이 흰머리산이 된다.
미시령 정상까지 올라가진 않았다.
올라가서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속초를 보고 싶기도 했지만
중간쯤에서 발길을 돌렸다.
겨울엔 날이 금방 어두워져서 항상 조심해야 한다.
내려오니 하루 해가 산 위에 몸을 걸치고
여정을 마감하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홍천의 화로구이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지글지글 고기를 굽는 숯불의 따뜻함에
몸도, 마음도 함께 녹았다.
숯불은 볼 때는 주황색이었는데
사진으로 찍었더니 그 색은 안나오고
보라빛이 돌았다.
집에 돌아오니 밤 여덟 시였다.
둘이 포도주 한 잔 나누어 마시고 잤다.
하루 전 뉴스의 말미에 전하는 날씨 소식에
강원도에 대설주의보가 내릴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곁들여져 있었다.
일해야 하는데 하면서 마음을 눌러두려 했지만
눈소식이 이끈 자장 앞에서 자꾸만 그 마음이 흔들렸다.
12월 9일 아침, 슬그머니 그녀의 마음을 함께 흔들었다.
“강원도에 안갈래?”
그녀도 일이 있는데 하는 눈치였지만
눈앞에서 마음이 흔들리기는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우리는 아침을 먹고는 길을 나섰다.
차가 팔당을 지나 양평으로 향하고 있을 때,
양수리부터 길이 막혔다.
앞에서 사고가 난 것이었다.
멀리 한강의 잔물결 위로
구름을 뚫고 내려온 햇볕이 반짝반짝 부서지고 있었다.
서울 근방은 아무리 둘러보아도 눈올 날씨는 아니었다.
그녀가 은근한 걱정을 털어놓았다.
“강원도에 눈이 오고 있을까?”
내가 대답했다.
“강원도는 좀 달라.
서울떠나 두 시간쯤 강원도 쪽으로 달리면
그때부터 세상이 히끗히끗해지기 시작한다니까.”
보통은 홍천 정도부터 눈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눈이 내렸다 싶은 풍경은
인제에 도착해서야 볼 수 있었다.
인제의 산들은 죄다 눈을 뒤집어 쓰고 있었다.
백담사 쪽으로 들어갈까,
더 북쪽으로 갈까 망설이게 만드는 애매모호한 날씨였다.
그렇지만 인제를 지나면서
길옆으로 보는 풍경도 이제는 눈풍경이었다.
이 정도만으로도 눈에 대한 갈증은 충분히 해갈시킬 수 있었다.
난 진부령으로 가자고 했다.
진부령이 가장 북쪽에 있는 고개니까
그곳에 가장 눈이 많을 것 같았다.
눈은 쌓여있었지만 아울러 녹고 있었다.
나는 투덜거렸다.
“아니, 눈꽃펜션인데 왜 펜션만 있고 눈꽃은 없는 거야.”
그러나 얇게 지붕을 덮고 있는 눈을 보면
어떻게 색을 칠한들 저런 빛을 낼 수 있을까 싶었다.
진부령의 어느 창고 위에선
단지들이 모두 눈을 뒤집어쓰고
눈이 녹아내리는 초겨울의 푸근한 어느 하루를 즐기고 있었다.
진부령에서 발길을 돌려
다시 미시령으로 내려가다 일단 점심을 먹었다.
식당 바로 앞쪽의 산 위에서
구름이 갈라지면서 푸른 하늘이 나타난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바다에서만 홍해의 기적을 찾는 거야.
흐렸다 개었다 하는 날이면
항상 하늘에 홍해의 기적이 있는데.
우린 미시령으로 갔다.
아래쪽은 눈이 녹고 있었지만
멀리 산꼭대기로는 온통 눈이 하얗다.
금방 한겹 뿌리고 지나간 것이 분명한 풍경이다.
산꼭대기 위쪽을 안개가 슬쩍 가리며 지나간다.
눈이 없을 때는 확연하게 보였을 안개가
오늘은 눈의 흰빛에 묻혀 버렸다.
눈밭으로 들어서자 차가 기우뚱한다.
내가 “야호, 신난다”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녀가 말했다.
“너는 남편으로선 꽝이야.
연인으로선 만점인데 말이야.
이런 데 들어서면 남편들은 위험하다고 걱정하는게 먼저야.”
그러거나 말거나 이미 눈에 마음을 뺏긴 나는 그저 좋기만 했다.
우리는 차를 아래쪽의 주차장에 세워두고
미시령 옛길을 따라 터덜터덜 걸어올라가기 시작했다.
눈이 그대로 덮여 있는 온통 하얀 길이었다.
그 길에서 눈사람을 만났다.
“야, 한쪽은 너처럼 털보다야.”
그녀가 한마디 했다.
조금 올라가자 이제 길에 사람이 다닌 흔적이 하나도 없었다.
매번 차를 몰고 오르던 길을
오늘은 발밑으로 눈을 하얗게 밟아가며 걸어서 오른다.
마치 처음 그 길을 가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벌써 눈이 여러 번 내렸나 보다.
길옆엔 그동안 눈을 치우면서 생긴 눈덩이 위로
다시 눈이 덮여 올망졸망한 눈의 바위가 되고,
그 눈의 바위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흐르고 있었다.
내 걸음을 따라 그녀가 따라온다.
눈길에선 그녀가 먼저가거나 내가 먼저가도
항상 함께 가는 셈이다.
발길을 따라가다 나중에 돌아보면
둘이 어느새 나란히 오고 있는게 눈길이다.
마주보이는 산에서 나무들이 눈을 뒤집어 쓰고
그 무게로 나뭇가지들이 팔을 낮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눈으로만 장식을 한 크리스마스 트리이다.
눈으로만 장식을 했어도 그 어느 트리보다 아름답다.
멀리 높은 산봉우리 하나가 보인다.
온통 하얗다.
온통 하야니 오늘은 저 산의 정상도 백두, 그러니까 흰머리이다.
눈오는 날엔 모든 산이 흰머리산이 된다.
미시령 정상까지 올라가진 않았다.
올라가서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속초를 보고 싶기도 했지만
중간쯤에서 발길을 돌렸다.
겨울엔 날이 금방 어두워져서 항상 조심해야 한다.
내려오니 하루 해가 산 위에 몸을 걸치고
여정을 마감하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홍천의 화로구이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지글지글 고기를 굽는 숯불의 따뜻함에
몸도, 마음도 함께 녹았다.
숯불은 볼 때는 주황색이었는데
사진으로 찍었더니 그 색은 안나오고
보라빛이 돌았다.
집에 돌아오니 밤 여덟 시였다.
둘이 포도주 한 잔 나누어 마시고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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