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기와 죽이기

생각나는 대로 끄적거리기 2010/09/10 00:00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9월 3일 경기도 팔당의 두물머리에서

경기도 팔당의 두물머리 강변에서
매일 사람들이 모여 오후 3시에 미사를 올리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의 뜻을 모아 올리는 미사이다.
나도 처음에는 몇 번 참석했었는데
요즘은 이런 저런 핑계로 발길이 뜸한 편이다.
딸 아이와 1박2일의 일정으로 놀러가면서 가는 길에 잠깐 그곳에 들렀다.
강변엔 버드나무 마른가지를 꽂아서 세워놓은 십자가가 서 있다.
그 나무에서 싹이 돋아 화제가 되었던 그 십자가는
이제 완연하게 가지를 뻗으며 푸른 잎을 무성하게 키워놓고 있었다.
나무를 살린 것은 무엇이었을까.
혹 강이 아니었을까.
강은 버려진 나무가 강변의 진흙밭으로 밑둥을 묻고 몸을 세우자
그 뿌리로부터 목타는 갈증의 소리를 들은 것이 아닐까.
그리하여 강은 가던 길을 멈추고
그 뿌리가 자리한 어두컴컴한 흙 속으로 슬그머니 스며들어
기어코 푸른 잎으로 살려낸 생명의 젖줄이 되어준 것이 아닐까.
강은 쭈그러드는 가슴을 마다않고 아이에게 젖을 물린 우리의 어머니처럼
그렇게 버드나무의 뿌리에 젖줄을 물리고 나무를 살려낸 것이 아닐까.
혹 나무를 살린 것은
매일 오후 3시 그곳에 모여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의 뜻을 모으고
그 뜻으로 두 손을 모았던 많은 사람들의 기도가 아니었을까.
그 기도의 간절함이 나무로 하여금
생명으로 일어서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것은 아니었을까.
또 나무를 살려낸 것은
그 나무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죽음이 아니었을까.
내가 듣기로 오래 전 예수란 인물이 십자가에 못박혀 죽었지만
그는 믿는 자의 죽음이 소멸이 아니라 죽음으로 세상의 죄를 씻어
이 세상을 생명으로 살려내는 일이란 것을 보여주었다고 들었다.
나는 그가 그렇게 세상을 살리려고 죽었다고 들었다.
그 예수가 오늘 두물머리 강변에서 다시 십자가에 못박혀 자신을 죽음으로 내주고
그 죽음으로 다시금 두물머리 강변의 나무 십자가를
생명으로 일으켜 세운 것이 아닐까.
강변에선
강이 제 가슴을 젖줄로 내주고,
사람들이 간절한 기도로 나무를 일으켜 세우고,
나무 예수가 또다시 죽어 십자가 나무를 살리는데
그 강변에선 또
이명박 정권이 제가 살겠다고 포크레인 삽날로 강변을 헤집으며
온갖 살아있는 풀과 나무를 죽음으로 내몬다.
나무 예수는 죽어 나무를 살리고
그 예수에게 길을 물었을 한 교회의 장로라는 사람은
제가 살고 나무는 죽음으로 내몬다.
강변에 제가 죽어 살려낸 생명이 있었고,
강변에 제가 살자고 짓밟은 무수한 죽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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