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나무 2
사진 그리고 이야기/사진 두 장 그리고 그 사이에 끼워놓은 이야기 2010/09/06 00:00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9월 3일 경기도 팔당의 두물머리에서
2010년 9월 3일 경기도 팔당의 두물머리에서
무서운 바람이 지나갔다.
원래 바람은 그다지 무섭지가 않았다.
바람이 나무 앞에 서면
나무는 잎들을 흔들어 바람을 반겼고,
왁자지껄 한바탕의 수다가 둘 사이에 놓이곤 했었다.
바람은 있는 그대로의 나무와 함께 하다
곁을 지나 제 갈 길을 갔다.
나무도 바람을 보내고
언제나 있던 그 자리를 그대로 지켰고
바람은 불현듯 다시 나무를 찾곤 했다.
바람은 세상 소식을 들고 왔고
나무는 동네 소식을 나누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서운 바람이 지나갔다.
무서운 바람은 세상 얘기를 전하지 않고
대뜸 나무의 속을 궁금해 했다.
너의 속내를 털어놔 보라며 나무를 거칠게 흔들었다.
서로의 얘기를 나누며 수다를 떨었던 그간의 바람과 달리
무서운 바람은 너의 속을 보아야 겠다고
나무에게 의심가득한 눈초리를 들이댔다.
대부분은 속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며 등을 돌렸지만
화가 난 몇몇 나무는 제 몸을 꺾어 속을 보여주고야 말았다.
바람은 나무의 속을 보았을까.
바람이 들여다보고 싶었던 나무의 속엔
속은 없고 꺾어지면서 내지른 나무의 날카로운 비명만 남아 있었다.
바람아, 나무의 속을 궁금해하지 말라.
정작 네가 그 궁금증 끝에서 보는 것은
나무의 속이 아니라
속을 보여주기 위해 꺾어지면서 내지르는 비명 뿐이니.
나무에게 겉과 속은 따로 있질 않다.
그러니 바람아, 앞으론 절대로 나무의 속을 궁금해 하지 말라.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9월 3일 경기도 팔당의 두물머리에서
2010년 9월 3일 경기도 팔당의 두물머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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