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언 선생님을 만나다
사람과 사람 2009/03/28 00:00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3월 25일 서울 충무로에서
최충언 선생님
2009년 3월 25일 서울 충무로에서
최충언 선생님
내겐 부산에 내려가 보고 싶은 이유가 된 사람이 한 분 있다.
처음에 내게 부산은 남쪽 바다가 보고 싶어 내려가고 싶은 곳이었고,
한번 내려가서 그곳의 바다를 보고 온 뒤엔
태종대나 범어사의 추억을 다시 짚어보고 싶어 내려가고 싶은 곳이 되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부산은
이제 그 분이 있어 내려가 보고 싶은 곳으로 바뀌었다.
그 분은 부산의 한 달동네에서
「남부민 의원」이란 병원을 운영하고 계신 최충언 선생님이다.
사실 나는 그의 이름보다 플라치도라는 그의 세례명에 더 익숙하다.
내가 플라치도님을 만난 것은 그의 블로그에서 였다.
(플라치도님 블로그: 돌팔이의 블로그)
그와의 친분이 깊어진 사람들은
그를 최충언 선생님이나 플라치도님이라고도 부르지 않는다.
대부분 그를 플샘이나 플성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의 그에 대한 호칭만 보아도
그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어떻게 자리잡고 있는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에겐 그의 일요일이 없다.
그는 일요일엔 자신의 병원 근처에 있다는 「도로시의 집」에
자신의 하루를 할애하고 있다고 들었다.
「도로시의 집」은 이주노동자와 가난한 이웃들을 위한 무료진료소이다.
운영은 부산카톨릭센터에서 맡고 있다고 한다.
3월 25일 수요일,
부산에 내려가서 뵙고 싶었던 그 플님을 서울에서 뵙게 되었다.
보령제약에서 주관하는 제25회 보령의료봉사상의 수상자 중 한 분이 되어
서울로 오셨기 때문이었다.
아는 사람들과 함께 충무로의 한 술집에서 플님을 만났다.
낯익은 사람들과 포옹으로 인사를 나눈다.
난 첫대면이지만 ‘저도 포옹해도 되나요’ 했더니 ‘그럼요’하신다.
처음 만나는 사람을 포옹으로 만나기도 처음이다.
그날 저녁에 플님은 지금 원장으로 있는 「남부민 의원」을 후배에게 맡기고
과거 외과과장으로 일했던 「구호병원」으로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봉사를 목적으로 하는 병원으로 다시 돌아가는 셈이다.
그건 곧 커다란 경제적 이익의 포기이기도 하다.
쉽지 않았을 결정으로 보인다.
종종 어떤 사람이 꿋꿋하게 걸어가는 삶의 길은
다른 사람들에겐 그런 길을 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의 힘이 되고 희망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사람은 소수이지만 알고보면
그 소수가 세상의 희망을 지탱하고 있는 셈이다.
그 분을 만난 즐거움이 너무 지나쳐
그만 사람들은 플님을 붙들고 밤을 새고 말았다.
나도 그 자리에 끼어 한몫했으니
그 날 플님을 고생시킨 것에 대해 죄송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소식을 들으니 서울와서 피곤하셨는지 다음 날 코피를 쏟으셨다고 한다.
그 얘기 들으니 더 죄송했다.
‘그래도 플님, 어쩔 수가 없었어요.
플님의 인기는 우리들이 저항하기 어려웠다니까요.’
새벽에 거리로 나왔을 때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한 사람이 우산을 구해오겠다고 가니까 플님은 그냥 걷자고 했다.
“우리 노래도 불렀잖아요.
비가 내리면 그 비를 맞으며, 눈이 내리면 두 팔을 벌릴거라고.
그러니 우리 그냥 걷자구요.”
플님은 봉사를 통하여 낮은 곳으로 임한 의사 선생님일 뿐만 아니라
매력적이게도 낭만적인 의사 선생님이기도 했다.
우린 그래도 비를 맞으며 걷지는 않았다.
산성비에 곤두선 우리의 주의력은 낭만이 뚫고 들어오기에는 너무 예민했다.
새벽 5시30분 기차로 부산으로 내려가셨다.
개찰구에서 배웅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부산에 가고 싶다.
내가 부산에 가고 싶은 것은
이젠 남쪽 바다 때문도 아니고,
그곳의 태종대나 범어사에 희미하게 서려있다가 나를 반겨줄
옛추억 때문도 아니다.
이제 내가 부산에 가고 싶은 것은
그곳에 가면 가난한 이웃들이 치료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꿈꾸며,
그런 세상을 위해 낮게 엎드려 살아가고 있는 플님이 있기 때문이다.
Photo by Kim Dong Won
최충언 선생님이 받은 제25회 보령의료봉사상의 메달
최충언 선생님이 받은 제25회 보령의료봉사상의 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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