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2025

또 한해가 저물었다. 올해는 거의 집을 벗어나지 않은 듯 싶다. 가끔 지하철을 타고 서울을 벗어나 서쪽과 북쪽, 동쪽 끝까지 갔다 오곤 했다. 서쪽으로 끝까지 가면 월미도가 가깝다. 물론 끝에 자리한 역은 인천역이다. 바닷 바람을 쐬고 올 수 있었다. 남쪽으로는 전철이 천안까지 내려간다. 하지만 남쪽은 전철로 가지 않고 차로 다녀왔다. 그래도 천안아산역의 주변을 하루 종일 쏘다녔다. 북쪽은 의정부를 지나 연천까지 가봤다. 역주변에 공원이 있고 시설도 좋았다. 동쪽은 복잡하다. 춘천과 지평에 이어 여주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춘천은 북한강을 끼고 가고 지평은 남한강을 끼고 간다. 여주는 여주에 도착하면 남한강을 만난다. 하지만 여주에선 그곳의 남한강을 여강이라 불렀다. 세 곳 모두 전철 노선이 다르다. 올해는 밤의 여주를 전철타고 다녀왔다. 올 때는 고속버스를 타고 강남 터미널로 왔다. 지하철권으로 다니며 사진 찍어도 좋은 사진을 많이 건질 수 있겠다 싶었다.
올해 고양이가 새로 왔다. 죽음이 남긴 생명이다. 친척 중에 세상 뜬 이가 남긴 고양이기 때문이다. 식구들과는 많이 친해졌다. 우리 집 식구들만 좋아하고 누가 방문하면 장롱 속으로 꼭꼭 숨어버린다. 항상 그녀 옆에 붙어자며 그녀에게 큰 위안이 되고 있다. 잘 먹어서 살도 많이 올랐다. 하지만 사진으로는 처음올 때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거의 집에 있게 되면서 고양이 사진을 많이 찍었다. 포즈도 은근 잘 취해 주었다. 아마도 고양이 사진을 가장 많이 찍은 해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올해는 다른 해와 달리 고양이 사진 열두 장으로 한 해를 마무리한다.

Photo by Kim Dong Won
(2025년 1월 19일 우리 집에서)

1
고양이가 새로 왔다. 집안으로 나오더니 와인냉장고 뒤로 들어가 버렸다. 빼꼼히 내다 본다. 첫대면을 빼꼼하게 했다. 밤늦게 나와서 그녀 방의 장롱 속으로 잠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잘 지내보자. 내 맥북은 해킹하려 들지 말고. 츄르를 그릇에 담아 주었지만 먹지 않았다. 츄르에 안넘어가는 고양이는 처음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25년 2월 7일 우리 집에서)

2
–나 불렀어?
–안 불렀어!
고양이는 부르지 않아도 가끔 뒤를 돌아본다.

Photo by Kim Dong Won
(2025년 3월 23일 우리 집에서)

3
아직도 윤석열 파면 선고를 안하고 있다고 했더니 고양이도 경악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5년 4월 30일 우리 집에서)

4
고양이는 가끔 옆에서 이렇게 구겨져 있다가 잔다. 이럴 때가 무지 귀엽다. 우리는 구겨져 있기가 어렵다. 구겨진 자세는 우리에게 너무 고난도의 자세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25년 5월 20일 우리 집에서)

5
–잘 다녀와.
–그래, 사진 찍고 올테니까 집 잘보고 있어.
나갈 때 가끔 고양이의 배웅을 받는다. 따라 나서진 않는다.

Photo by Kim Dong Won
(2025년 6월 15일 우리 집에서)

6
전생에 스파이였는지 고양이가 곧잘 장롱 위로 잠입하여 집안을 염탐한다.

Photo by Kim Dong Won
(2025년 7월 7일 우리 집에서)

7
하이고, 오늘 날씨 늘어진다 늘어져.

Photo by Kim Dong Won
(2025년 8월 5일 우리 집에서)

8
그래 하루 종일 이렇게 눈만 맞추고 있어도 절로 미소가 흐르던 좋았던 시절이 있긴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5년 9월 16일 우리 집에서)

9
엉, 정말?

Photo by Kim Dong Won
(2025년 10월 1일 우리 집에서)

10
–야, 눈이 왜그래?
–잠에 눌려 찌그러졌어.

Photo by Kim Dong Won
(2025년 11월 24일 우리 집에서)

11
뒤태가 좋다.

Photo by Kim Dong Won
(2025년 12월 22일 우리 집에서)

12
크고 예쁜 눈을 가졌다. 가끔 완전히 똥그래진다.

4 thoughts on “Photo 2025

  1. 반려동물의 눈을 보면 참 맑아요. 아이의 눈처럼요. 아마도 세파에 유혹 당하지 않고 생각이 깨끗해서 그런가 봅니다. 묘선생들은 견공들과 달리 몸짓이 유연해서 재밌는 자세를 자주 보여주더군요. 그래서 고양이 액체설을 믿습니다.

    내년에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식구들 모두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1. 나무님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올해는 고양이 사진을 유난히 많이 찍은 듯요. 다행이 카메라 앞에서 잘 포즈를 취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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