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을 흘리기 위해 따로 몸을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등짝에서 몇시간 운동한 만큼의 땀이 흘러내렸다. 사람들이 더위가 가시길 기다리며 달력에서 날짜를 짚어 보았지만 아직은 여전히 팔월이었고 끓는 하늘은 걸음을 물릴 기색을 보여주질 않았다. 수목원을 어슬렁거리다 나무 데크에서 떨어진 나뭇잎 하나를 보았다. 잎이 떨어진 계절은 분명 여름이었으나 안고 있는 계절의 색은 가을이었다. 어디나 무더위가 지천인 이 여름에 사실 우리 곁에 가을이 와 있다. 그러나 이 여름에 가을이 머물 자리가 어디에 있으랴. 그래도 반가운 마음은 사랑이 되고, 사랑은 죽을 힘을 다해 그 가을을 껴안게 만든 것이리라. 죽을 힘을 다해 껴안으면 살 것 같지만 사실은 죽게 된다. 하지만 괜찮았으리라. 여름에 찾아온 가을은 제가 머물 자리를 구하지 않는다. 가을을 껴안은 여름잎은 제 몸에 가을을 새겨 그 자리를 마련해주고 일찌감치 제 생을 마감한다. 몸에 새기고 나면 여름도 그 색을 가져가질 못한다. 죽을 힘을 다해 껴안고 그렇게 하여 죽은 사랑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지나는 바람끝에서 시원함이 묻어날 때, 가을이 스치는 듯도 했다. 또 어떤 잎이 가을을 껴안고 죽으리라. 이 여름에 죽고 못살 사랑이 가을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