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경계를 넘어간 몸의 여행자들 – 현대무용 공연 SOS 함께 나누기

Photo by Kim Dong Won
SOS 함께 나누기
2025년 12월 7일 서울 마포의 발레포러스에서

2월의 베트남에 놀러간 적이 있었다. 떠날 때의 인천공항은 겨울이었다. 베트남의 다낭 공항에 내렸을 때 그곳의 계절은 여름이었다. 한국의 국경선 안쪽은 어디를 가나 겨울이었지만 그 국경선을 넘어 비행기로 네 시간 여를 날아가자 그곳은 어디나 여름이었다. 국경선 안쪽은 우리를 겨울에 가두어 두고 있었지만 그 국경선을 넘어 남쪽으로 내려가자 그곳엔 여름이 어디에나 열려 있었다. 네 시간의 비행으로 겨울을 털어낸 나는 그곳에서 내 생애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2월의 여름을 만났다. 땀을 흘리며 여름 더위가 만연한 곳에서 2월의 거리를 쏘다닌 것은 처음이었다.
SOS 함께 나누기라는 이름 아래 펼쳐진 춤의 시간에 함께 했다. 현대무용 공연이 펼쳐지고 관객도 함께 한 시간이었다. SOS 함께 나누기는 춤추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현대 무용으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눈다. SOS는 Sharing Our Stories, 그러니까 우리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의 약자이다. 매시즌 마지막엔 발표회의 형식을 취하면서 모임을 일반 관객이나 다른 무용수들에게도 개방을 한다. 공연에 함께 한 시간은 마포의 발레포러스에서 있었다. 추위가 다소 누그러지긴 했지만 여전히 계절은 겨울인 12월 7일 일요일이었다.
현대무용에 대한 일반적인 느낌은 난해함이다. 때문에 춤을 접할 때 우리는 난해함의 국경 안에 갇혀 꼼짝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나는 국경 안쪽에서 나를 가둔 계절 겨울의 포로였다.
우리는 모두 몸을 갖고 있지만 몸이 갖는 동작의 한계로 보면 우리는 동작의 좁은 경계에 갇혀 있다. 우리는 몸의 세계를 사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좁은 몸의 국경 안쪽을 사는 어느 나라의 국민일 가능성이 크다. 무용수들은 그들의 동작만으로 그들이 동작의 극에 가 닿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이 몸을 숙이고 팔을 뻗어 남쪽의 경계에 닿을 때 내 몸에 나를 가둔 나의 계절은 그 경계에 없다. 그들의 동작은 단순히 몸을 숙여 팔을 뻗는 것만으로 12월의 여름에 가 닿는다. 그들은 내가 네 시간의 비행을 비행기에 의존하고서야 닿을 수 있었던 계절로 가볍게 날아간다. 내 몸의 국경 안에서 나를 가두고 있던 계절 겨울이 그들의 몸에선 훌쩍 경계를 넘어 여름에 가 닿는다. 그냥 동작을 보는 것만으로 나는 잠시 여름의 거리를 걷는다. 그들은 나를 싣고 남쪽으로 날아가 함께 이 겨울에 여름을 걸어볼 수 있게 해준다.
나는 모든 예술을 다 경계를 넘어서 자유를 꿈꾸는 행위로 보는 편이다. 가령 시인 백은선이 그의 시 「나에게 밤을 주세요」에서 “밀려왔다 밀려가는 것들”을 보려고 바다에 갔다고 했을 때 나는 그가 굳이 파도라는 말을 버린 것은 파도라는 말의 경계를 넘어가 자유를 맛보고 싶은 욕망 때문이었다고 보는 편이다. 그때 파도는 우리를 가둔 언어의 경계이지만 “밀려왔다 밀려가는 것들”은 그 언어의 경계를 넘어가 파도의 움직임으로 대상을 열어주는 다른 세상이다. 간단해 보여도 우리가 그 언어를 경계를 넘어가는 것은 쉽지가 않다. 우리는 부지불식 간에 거의 예외 없이 파도를 보러간다.
무용수들은 그런 의미에선 자기 몸에서 몸의 극단으로 떠나는 여행자들이다. 그 여행이 가져다 주는 것은 국경 너머의 자유이다. 경계선 안에 우리를 가두는 국경을 넘어 그들은 몸으로 자유를 호흡한다. 자유란 신비로운 것이어서 누군가 자유를 호흡하면 그들을 곁에 두고 바라보는 것만으로 우리도 그 자유에 물든다. 무용수들의 동작이 공간을 자유로 채우는 동안 나도 한없이 자유로웠다. 공연과 함께 하는 시간이 끝났을 때 그곳은 이제 여름이었다. 무용수들의 얼굴에 흐르는 땀이 바뀐 그곳의 계절이 잠시 여름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12월의 서울에서 여름을 만난 것은 또 이번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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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Kim Dong Won
SOS 함께 나누기
2025년 12월 7일 서울 마포의 발레포러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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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7일 서울 마포의 발레포러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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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7일 서울 마포의 발레포러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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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7일 서울 마포의 발레포러스에서

2 thoughts on “몸의 경계를 넘어간 몸의 여행자들 – 현대무용 공연 SOS 함께 나누기

  1. 김동원 작가님
    먼저 SOS 함께나누기 시즌6 행사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자유를 호흡하는 몸들을 멋지게 묘사해주신 작가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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