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의 벤치

Photo by Kim Dong Won
2015년 7월 7일 경기도 팔당의 한강변에서

남자와 여자가 강변의 의자에 앉아 사랑을 속삭였다. 강물의 걸음이 느려졌다. 사람들은 모두 강물의 유속이 느려진 것은 팔당댐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강변의 의자에 앉아 사랑을 속삭인 연인들의 밀어가 강물의 발목을 잡는다. 사랑 앞에선 누구나 눈이 사로잡히고 또 귀가 사로잡힌다. 그러면 걸음도 멈추게 마련이다. 강물도 예외가 아니다. 사랑할 때는 서로를 쳐다볼 때의 쌔근대는 숨소리도 밀어가 된다. 수렁처럼 걸려든듯 서로에게서 빼내지 못하는 눈빛도 밀어가 된다. 온몸 전체가 비밀스런 속삭임이 된다. 강이 걸음을 늦출 수밖에 없다. 그러고 나면 연인들은 가고 의자는 빈다. 그러나 강은 기억한다. 그 자리에 앉았던 연인들의 밀어를. 강이 사랑의 속삭임에 물들고 나면 그때부터 물결은 강변에 있었던 모든 사랑의 증언이 된다. 바람이 심한 날에는 더더욱 강은 온통 증언 투성이가 된다. 당연하다. 바람이 그 증언을 가장 궁금해 하기 때문이다. 바람은 팔랑귀를 가져서 더더욱 그렇다. 살다보면 강에 물결의 증언을 일으킨 강변의 연인들도 사랑이 희미해진다. 그때쯤엔 다시 그때의 강변으로 가야 한다. 그럼 볼 수 있으리라. 그많은 물결의 한가운데 언젠가 그들이 나누었던 밀어의 물결을. 그들의 가슴을 물결처럼 들뜨게 했던 그 밀어를. 강은 여전히 걸음이 늦다. 그 날의 밀어를 전해주고 전해받으며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마치 그 수많은 날의 연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언제나 그 날의 사랑을 증언한다. 그 때문에 연인들이 한때 사랑을 속삭인 강변에는 물결이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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