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2월 28일 강원도 철원의 두루미 도래지에서
고니가 보고 싶어지면 그 마음의 갈증을 푸는 일은 비교적 쉽다. 겨울이면 고니가 팔당이나 퇴촌까지 찾아오고 그곳이 내가 사는 곳에서 가깝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두루미도 이 땅을 찾아온다. 하지만 두루미가 보고 싶어지면 그 마음을 앞세워 두루미가 찾아온 곳을 찾아가는 걸음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두루미를 보려면 철원까지 가야 한다. 새로 생긴 포천-세종고속도로를 탔는데도 철원까지 가는 데는 두 시간이 걸렸다. 민간인 출입 통제 지역의 바로 턱밑까지 가야 했다. 그래도 좋았다. 두루미를 원없이 보았기 때문이다.
더더욱 좋았던 것은 두루미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두루미의 사랑을 본 것이었다. 재두루미였다. 등이 회색이어서 재두루미지만 목덜미가 흰색이어서 영어 이름은 목덜미가 흰 학(white-naped crane)이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붉은 눈이었다. 우리는 사랑할 때 입술을 나누는 데 재두루미는 부리를 나누었다.
3월 10일쯤 돌아간다고 한다. 먼여정이 될 것이다. 하지만 걱정은 없다. 두루미에겐 그 먼길의 힘겨움을 같이할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먼옛날 입술을 나누었을 때의 사랑으로 거의 한 평생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다. 두루미는 부리로 나누는 잠깐의 사랑으로 우리의 사랑을 환기시킨다. 두루미가 떠날 때쯤 이 땅은 이제 겨울을 끝내고 봄기운으로 따뜻해진다. 사랑은 갖고 떠나지만 두루미가 나누었던 사랑의 온기는 이 땅에 남아 봄으로 환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