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방역으로 집에 갇혀 보낸 느낌이 지배를 했던 한해였다. 친구들의 아이들이 결혼한다는 소식이 있었지만 가보질 못했다. 계좌로 축의금만 보냈다. 사람들 만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모두 세 번의 코로나 검사를 받았고 받을 때마다 다행히 음성이 나왔다. 8월에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하고 나선 바깥을 나서는 것이 좀 수월해졌다.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고향을 다녀올 수 있었다. 하지만 친구들이 장례식에 모이진 못했다. 11월이 되어서야 고향에서 고향 친구들이 모두 모일 수 있었다. 얼굴보지 못했던 온라인 친구들도 11월에 자리를 마련하여 그동안 두었던 거리를 지웠다. 11월은 그동안 못했던 온갖 공연이 봇물터지듯 이루어진 달이 아닌가 싶다. 12월에는 백신 3차 접종을 했다. 처음 두 번은 아스트라제네커를 맞았으나 이번에는 화이자로 접종했다.
올해는 예술인 등록을 했고, 서울시에서 주는 예술인 지원금을 받았다. 정부에서 주는 창작 지원금도 받았다. 내년에는 문화재단이나 정부에서 주는 거액의 창작지원금을 신청해볼까 생각 중이다. 자유롭게 읽고 쓰는 일을 부지런히 해보고 싶다. 올해 한해를 12장의 사진으로 정리한다.
1
눈이 내린다. 가로등 밑으로 하얀 빛이 펑펑 날린다.
2
앞서거니 뒷서거니 매화의 봄이 오고 있다.
3
머리맡에 목련의 하늘이 있었다. 온통 목련으로 가득했다.
4
봄이 깊어졌다. 햇볕이 유난히 뜨겁다. 벚나무가 꽃을 팝콘처럼 튀기고 있다.
5
일본 장미 코사이이다. 이름인 코사이는 광채라는 뜻이다. 빛이 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면 장미의 이름을 느낌으로 맞춘 것이다.
6
중첩되는 산의 윤곽이 매력적인 지점이다. 원주를 지나 서울 방향으로 조금 달리다보면 나온다. 고속도로는 이런 풍경이 나타나도 차를 세울 수 없다는 것이 큰 단점이다.
7
원래 코스모스는 꽃잎을 펼쳐 세상에 가을을 뿌리는 꽃이었다. 손에 잘못 집었나 보다. 온통 여름이었다.
8
한 여자가 말했다. 오늘은 구름의 나라까지 걸어갔다 오자. 옆의 여자가 말했다. 구름의 나라는 너무 높지 않아? 처음의 여자가 말했다. 걱정말아. 오늘은 구름이 언덕까지 내려오는 특별한 날이거든. 둘이 언덕으로 걸어 올라갔다. 온통 구름의 나라였다.
9
산은 언제나처럼 들쑥날쑥이었다. 구름이 정신 사납다며 산들의 위에 일직선을 그었다. 그래도 산들은 들쑥날쑥을 양보하지 않았다.
10
단청 생각난다. 가을 단풍이 예뻐 그 아름다움으로 처마밑을 수놓고 싶었던 누군가가 단청을 칠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11
영월역 구내의 의자 위에 아침이 환하게 앉아 있었다.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12
철쭉이다. 눈이 오면 느닷없이 꽃이 핀다. 눈철쭉이라고 불러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