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하이저 모멘텀 TW 2 무선 이어폰

이어폰을 무선으로 장만했다. 나는 원래 무선을 좋아하질 않는데 어쩔 수가 없었다. 전기를 많이 잡아먹는 제품 특성이 나를 주저하게 만들었고, 음악이 끊기는 문제도 망설임의 이유가 되었다.
내가 애용하고 있던 이어폰은 애플에서 내놓은 인이어 헤드폰이다. 오래 전에 거금 9만9천원을 주고 산 제품이다. 음질에서나 편안함에서 아주 만족감이 컸다. 그런데 애플이 아이폰에서 오디오잭 연결 포트를 없애면서 음악을 들으려면 라이트닝 커넥터를 장착한 이어폰을 사용하거나 아니면 어댑터를 사용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어댑터를 사용하면 이상하게 음질이 정상으로 들리질 않았다.
사고 싶은 제품은 애플의 에어팟 프로였지만 30만원이 넘어가는 가격이 너무 부담이 컸고, 결국 젠하이저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젠하이저 제품도 그렇게 싼 편은 아니어서 몇 번을 망설이다 모멘텀2 무선 이어폰을 구입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크게 만족스럽지는 않다.

택배를 받으니 포장 테이프에 베를린이라고 찍혀 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독일에서 직접 보냈는 줄 알겠다. 한국에서 보내는 것 같았다. 사이트에서 주문하자마자 3일만에 왔다.

제품과 케이스는 고급스럽다. 첫인상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유선 이어폰은 이렇게 큰 경우가 없다. 무게도 부담스럽다.

완전히 충전하면 네 시간 정도 들을 수 있다고 하는데 조금 의심스럽다. 전기가 상당히 빨리 닳는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밖에 나갈 때는 잘 들고 나가지 않고 집에 있을 때만 이용하지 않을까 싶다. 밖에선 그냥 애플의 기본 이어폰을 이용하는게 편하다. 어차피 아이폰이 손에 들려 있어 큰 불편이 없다. 오히려 집안에서 유선 이어폰이 불편할 때가 많다. 컴퓨터와 먼 거리도 유선의 불편을 가져오는 원인 중 하나이다. 끼고 사용해보니 편하긴 했다. 컴퓨터로 영화나 드라마 볼 때 몸을 마음대로 뒤로 젖히는 불량스런 자세가 가능했다.

아이맥과의 페어링은 곧바로 되었다. 알아서 자동으로 연결이 되었다. 아이맥에 연결하면 아이폰과의 연결이 끊어지면서 연결이 되고, 아이폰과 연결하면 아이맥과의 연결이 끊어지면서 연결이 된다. 동시에는 연결이 안된다.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그건 찾아봐야 겠다.

아이맥의 사운드 조절판에 잘 들어온다. 심지어 마이크도 갖추고 있어 입력 장치로 이 이어폰의 마이크를 사용해도 된다. 출력만 이용하고 입력은 아이맥의 기본 마이크로 이용하고 있다.

메뉴 막대에서 접속을 했다 끊었다 할 수 있다. 아이맥에선 아무 불편이 없다. 다만 이어폰 자체의 음악 잠시 멈춤과 다시 재생과 같은 기능이 아이맥에선 안먹힌다. 음량 조절은 이어폰 자체에서 되었다. 사실은 이어폰에서 조정해도 컴퓨터의 음량 조절이 움직인다.

아이폰에서는 페어링을 하는데 애를 먹었다. LE-MOMENTUM TW 2라는 항목만 들어오고 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출력 소스를 변경하려고 해봤지만 출력 소스에도 들어오질 않았다. 장치의 펌웨어를 업데이트했더니 곧바로 자동으로 설정이 되었다. 이런 건 메일로 반드시 펌웨어 업데이트를 먼저 하라고 알려주어야 하지 않나 싶었다. 펌웨어 업데이트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아이폰에선 LE-MOMENTUM TW 2와 MOMENTUM TW 2라는 항목이 모두 들어오는데 LE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냥 아이맥에서 사용할 때도 제어 앱이 작동하는 것으로 봐선 이 앱에서 사용하는 기능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운드도 애플 이어폰에 비하여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않다. 끼고 있으면 귀가 좀 아프다. 음보다 장치 자체가 너무 커서 내 귀에 잘 맞질 않는 듯 싶다. 사운드만 보면 저음이 너무 강화되어 있는 느낌이다. 사운드는 이퀄라이저에서 조정하여 듣고 있다. 애플에서 에어팟 프로 3세대를 내놓으면 과감하게 구입해볼까 생각 중이다. 너무 애플 기기만 사용해서 그런지 이제 다른 기기에는 잘 적응이 안되는 것 같다. 그래도 신세계는 신세계다. 끼고 음악을 듣다 화장실에 가도 음악이 그대로이니까 음악이 나를 졸졸 따라다니는 느낌이 든다. 아주 기분좋은 느낌이다.

처음에는 끼고 있으면 귀가 아팠는데 사용하다 보니 요령이 생긴다. 잘 돌려서 귀에 맞추니 아프질 않다. 그래도 좀 무거운 느낌은 여전하다. 대체로 완전히 충전된 상태에서 다섯 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는데 충전을 하라는 메시지를 여러 번 들었다. 끼고 다섯 시간 넘게 사용한 경우가 자주 있었다는 얘기다. 그만큼 오래 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생기고 있다. 첨단의 기기는 그 편리함에 길들여지면 멀리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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