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과 저녁 마중

Photo by Kim Dong Won
2016년 1월 5일 서울 천호동에서

아직 대부분의 가로등은 불을 켜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길의 끝에 서 있는 가로등 하나가 벌써 불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난 어둠이 짙어지고 나서야 켜지는 가로등보다 아직 세상이 훤할 때 조금 일찍 켜지는 가로등을 더 좋아한다. 그 이른 불빛이 마치 저녁을 마중하러 나온 누군가의 기다림 같기 때문이다. 마음의 설레임이 있으면 우리는 조금 일찍 마중을 나가는 법이다. 일찍 켜진 가로등은 저녁을 마중나온 누군가의 마음이다. 이른 시간에 걸음을 민 것을 설레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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