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다 방금 그친 강원도의 길을 가면 차창 밖에 이제 막 갓 태어난 세상이 있다. 그 세상을 볼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게 주어지지 않는다. 한 시간 남짓이다. 이상하게 한 시간 정도가 지나면 바람이 일고, 바람은 나뭇가지에 얹혀 있던 눈을 털어내 버린다. 그럼 밖의 세상은 눈에 덮여 있어도 그냥 평범한 세상으로 바뀌고 만다.
갓태어난 눈의 세상을 볼 수 있는 시간은 눈이 그치고 딱 한 시간 정도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그때 특히 시선에 아름다운 곳이 있다. 백담사를 염두에 두고 가는 차가 인제와 원통을 지나치고 한계령과 미시령으로 갈라지는 갈림길을 만나 미시령쪽으로 방향을 잡고 왼쪽으로 들어선 뒤 조금 가다보면 그곳이 나온다. 그 풍경은 마치 백담사에서 절정에 이를 또다른 설악의 풍경에 대한 예고편 같이 차창을 스친다.
지금은 이 풍경을 보려면 옛날과 달리 큰길을 버려야 하는 수고를 기꺼이 감내해야 한다. 예전에는 이곳에 길이 하나밖에 없었으나 지금은 새길이 나면서 이 구간의 큰길은 터널로 가기 때문이다. 강원도의 길들은 모두 곧게 펴지고 있다. 하지만 풍경은 옛길로 가야 만날 수 있다. 길과 함께 갔던 풍경들이 이제는 옛길에 숨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