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박구리의 노래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4월 19일 서울 천호동의 우성아파트에서

산수유꽃은 졌다.
꽃으로 가득찼던 나무는 다시 텅 비어버렸다.
꽃이 여전히 듬성듬성 남아 있지만 빈자리가 더 많다.
직박구리 한 마리가 그 나무에 앉아 노래를 부른다.
빈 가지에 새의 노래가 찬다.
곧 노래의 자리에서 푸른 잎이 돋을 것이다.
새의 노래가 불러온 잎이다.
거짓말이라고?
노래가 없어도 잎은 피지 않냐고?
물론 그렇다.
사람도 노래를 듣고 자라는 사람이 있고
노래를 듣지도 못하고 자라는 사람이 있는 법이다.
나에겐 그 둘 사이에 차이가 있다.
노래를 듣고 자란 사람은 노래가 키운 사람이 되고
노래없이 자란 사람은 밥이 키운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노래가 키운 사람도 있을 때
세상이 좀 더 괜찮은 세상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잎도 그렇다.
어떤 잎은 노래를 듣고 그 노래에 깨어나 잎이 되며
어떤 잎은 그냥 때되면 핀다.
이곳의 산수유는 꽃이 진 뒤에
직박구리가 불러내는 노랫소리에 그 푸른 잎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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