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오늘은 서교동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소설가 안성호의 소설 『달수들』이 출간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진 않았다. 사람 하나에 손가락 하나를 접으며 헤아려 보았으나 열 손가락을 다 접질 못했다.
출간된 소설에게도 자리 하나를 내주었다. 소설 『달수들』은 책 다섯 권으로 하체를 만들고, 책 두 권으로 상체를 만들더니 하체와 상체를 반듯이 접고는 의자에 앉았다. 책까지 일원으로 끼워 얘기를 나누긴 생전 처음이었다.
모임이 끝나고 집에 가자고 하면 상체와 하체를 펴고 일어나서 하체의 겹친 책들을 아래로 툭 떨어뜨려 다리로 삼을 줄 알았다. 한쪽이 두 권이고 또 한쪽이 세 권이니 다리 길이가 다를 것이다. 그 때문에 따라올 때 조금 걸음이 심하게 흔들거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책들은 모두 소설가의 가방 속으로 들어가 몸을 포개버리고 말았다. 소설 속에는 불가능이 없는 환상의 세상이 있었으나 책 바깥을 나오진 못했다. 그러나 잠시 환상을 꿈꿀 수 있게 해준 책이기는 했다.
(사진 속의 책은 다음 책이다.
안성호, 『달수들』, 문학과지성사,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