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호의 소설 『달수들』이 불러온 환상

Photo by Kim Dong Won
2015년 7월 9일 서울 서교동에서

2015년 오늘은 서교동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소설가 안성호의 소설 『달수들』이 출간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진 않았다. 사람 하나에 손가락 하나를 접으며 헤아려 보았으나 열 손가락을 다 접질 못했다.
출간된 소설에게도 자리 하나를 내주었다. 소설 『달수들』은 책 다섯 권으로 하체를 만들고, 책 두 권으로 상체를 만들더니 하체와 상체를 반듯이 접고는 의자에 앉았다. 책까지 일원으로 끼워 얘기를 나누긴 생전 처음이었다.
모임이 끝나고 집에 가자고 하면 상체와 하체를 펴고 일어나서 하체의 겹친 책들을 아래로 툭 떨어뜨려 다리로 삼을 줄 알았다. 한쪽이 두 권이고 또 한쪽이 세 권이니 다리 길이가 다를 것이다. 그 때문에 따라올 때 조금 걸음이 심하게 흔들거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책들은 모두 소설가의 가방 속으로 들어가 몸을 포개버리고 말았다. 소설 속에는 불가능이 없는 환상의 세상이 있었으나 책 바깥을 나오진 못했다. 그러나 잠시 환상을 꿈꿀 수 있게 해준 책이기는 했다.
(사진 속의 책은 다음 책이다.
안성호, 『달수들』, 문학과지성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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