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전설

Photo by Kim Dong Won
2005년 8월 8일 서울 천호동에서

비가 내리는 날이면 잎들이 맑고 투명한 빗방울을 한두 개 골라 잎에 바쳐들었다. 이슬만 먹고 사는 여자를 찾고 있는게 틀림없었다. 그런 여자는 없다고 아무리 말해주어도 잎들은 비가 올 때마다 고집을 꺾지 않았다. 잎의 고집이 차근차근 쌓이자 어느 날부터 그 고집은 비오는 날 찾아올 어떤 여자에 대한 전설이 되어 있었다. 나도 비오는 날이면 우산을 쓰고 밖에 나가 잎의 근처에서 서성거리며 홀연히 찾아올 어떤 여자를 기다리게 되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