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골목을 지나가는데 고양이 두 마리가 한 주택의 현관 위에서 나를 빤히 내려다본다. 두 마리중 한 마리가 낯이 익다. 우리 아파트의 고양이이다. 고양이도 내가 낯이 익은 눈치이다. 어라, 우리 아파트 주민이네. 나는 고양이에게 묻는다. 야, 너 왜 여기있어? 물어보긴 했지만 대답을 듣지 않고도 이유를 알 것 같다. 녀석을 이 단독으로 데려온 것은 보나마나 사랑일 것이다. 사랑은 무섭다. 아파트 단지 하나를 통째로 버리게 만든다. 우리는 어림도 없다. 아무리 사랑이 좋아도 심지어 아파트 한채도 못버릴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