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선합창단은 2022년 11월 12일 토요일 남대문 앞의 거리에서 개최된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 촛불 집회에 참가했다.
집회에 가기 위해 내가 집을 나설 때 이미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빗줄기는 제법 굵었다. 나는 그때만 해도 그것을 비라고 생각했다. 추모 행사를 걱정한 나는 비가 그치기를 바라면서 지하철을 타고 나가는 시간 동안 비가 물러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행사장에 도착하고 행사 시간이 다가올 때까지 비는 잠시 소강 상태를 보였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행사가 시작되자 다시 빗줄기가 굵어졌다. 그때쯤 나는 우리 앞에 내리는 것이 비가 아니라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이란 것을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다. 비는 그렇게 쏟아졌다. 걷잡을 수 없는 슬픔처럼. 거리는 온통 슬픔에 젖었다.
공연의 순서를 기다리며 전광판에 시선을 맞추고 있는 합창단 단원들의 눈에서 그 슬픔을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알토 김정은의 눈에 그 슬픔이 있었고, 김종아의 눈에, 김희정의 눈에, 또 김유진과 엄태기의 눈에 그 슬픔이 있었다. 단원 모두의 눈에 슬픔이 차오르고 있었다.
합창단은 무대에 올라 <민중의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노래의 시작과 함께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이어진 <상록수>를 부를 때도 비는 그치지 않았다. 노래는 하늘이 쏟아낸 눈물과 뒤섞여 그 또한 눈물이 되었다. 단원들의 눈에 차 있던 슬픔이 쏟아진 것이기도 했다.
공연이 끝나자 빗줄기는 감당할 수 있을만큼 가늘어졌다. 근처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집으로 가기 위해 식당을 나섰을 때 빗줄기는 통곡으로 바뀌어 있었다. 노래가 눈물이 되고, 잠시 참으려 했으나 다시 통곡으로 바뀐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