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본 히로타

Photo by Kim Dong Won
오른쪽이 히로타
2022년 11월 19일 서울 망원시장의 할머니빈대떡에서

일본 친구 히로타가 왔다. 3년만의 한국 방문이다. 새벽 4시 비행기를 탔다고 한다. 항공료를 물었더니 3만4천엔이라고 답했다. 원래 새벽이나 늦은 시간의 비행기값이 싼데 상당히 비싸다. 아직 비행기가 코로나 이전으로 복구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딸의 얘기로는 사람들을 많이 해고해서 아마 복구하는데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히로타는 딸의 대학 동창이다. 둘 모두 와세다 출신이다. 전공은 다르나 영어 연극반이라는 같은 동아리 활동을 했다. 도쿄에서도 만난 적이 있고 서울에서도 자주 만난 얼굴이다. 한국을 좋아해서 자주 한국을 찾아왔었다. 거의 2년에 한번씩은 본 것 같다. 코로나로 길이 막히면서 그 2년이 이번에는 한해를 더 연장하면서 3년만에 얼굴을 보게 되었다.
오는 날의 오전은 딸이 서울에서의 시간을 책임져 주었다. 비건 식당을 가서 식사를 한 모양이다. 이태원을 찾아가서 젊은 나이에 화를 당한 영혼들에게 꽃도 한송이 바쳤다고 한다. 슬픔을 나눌줄 아는 젊은이다.
딸이 일정에 넣어준 막걸리집이 있었지만 내가 보기에는 거의 카페에 가까웠다. 망원시장을 구경할 계획이라고 해서 내가 그럼 시장안에 할머니빈대떡이라고 있으니까 거기서 보자고 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딸이 정해둔 곳은 그냥 누군가 좋다고 해서 정해둔 곳이라고 한다. 나는 할머니빈대떡집에서 이 집이 원래는 역에서 내려 망원시장 쪽으로 들어오는 골목에 있었는데 2년전에 이곳으로 옮겼다고 말해주었다. 역사를 꿰고 있는 술집에서 술을 먹으면 뭔가 좀 남다를 것 같았다.
술을 마시다 보니 히로타만 얼굴이 빨갛다. 한국에선 이런 경우에 술을 너 혼자 다 마신 것 같다고 말한다고 말해주었다. 히로타가 갸웃해서 딸이 일본어로 옮겨주었다. 한국말이 일본어로 옮겨지자 히로타가 웃었다. 셋이 손을 나란히 내밀고 사진도 찍었다. 둘은 손이 하얗고, 하나의 손은 빨갛게 변해 있었다.
1차로 끝낼 수는 없어서 2차는 망원동 한강변으로 옮겼다. 나는 맥주 한 캔을 마셨고, 둘은 사이다가 섞인 캔막걸리를 집었다. 사이다가 7, 막걸리가 3의 비율로 섞인 맛이라고 했다. 예전에 동생의 사무실이 망원동에 있을 때는 자주 가던 곳이었으나 사무실을 옮긴 뒤로 갈 일이 없어져 백만년만에 망원동 한강변을 다시 찾았다. 성산대교의 자태가 보기에 괜찮은 곳이나 밤이라 그 특유의 붉은 색이 잘 드러나질 않았다.
망원동 한강변은 크게 변해 있었다. 내 기억 속의 시간은 이제 아득한 옛날이었다. 자그마한 편의점이 하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면서 그 자취를 더듬어 본 옛모습은 지금과는 크게 달랐다. 편의점은 자리를 옮겨 덩치를 크게 키워놓고 있었고 못보던 건물이 조명을 화려하게 밝힌 채 강에 떠 있었다. 심지어 밤에 배도 탈 수 있었다. 사람도 많았다. 우리도 사람들이 앉아 있는 강변에 앉아 술을 마셨다.
히로타는 한국말을 잘한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한국말을 할 기회가 거의 없어 이번 한국 방문을 기회로 3년만에 다시 한국말을 쓰게 되었다고 했다. 한국말 사이에 간간히 영어를 썪어 써야 했고, 어떤 말은 딸이 일본어로 옮겨주어야 했다. 외국 친구가 다시 한국을 찾아오고 그를 만나 얘기를 주고 받고 있으니 이제 코로나가 끝나 간다는 느낌이 확연해진다. 아직까지 한번도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한번 걸렸는데 가벼운 감기 정도로 지나갔다고 말해주었다.
종로에서 3차하려고 했으나 망원동에서 시간을 너무 써서 3차없이 헤어져야 했다. 같은 지하철을 타고 오다 숙소를 잡아 놓았다는 곳에서 히로타를 내려주고 나와 딸은 집으로 왔다.
비행기값이 좀 더 내리면 나도 도쿄로 일본 친구들 만나러 가고 싶다. 히로타는 여전히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그가 살고 있는 곳은 사이타마란 곳이다. 관광지가 아니지만 나는 그냥 그가 살고 있는 동네에 놀러가서 그가 졸업한 학교, 그 동네의 시장, 그 동네의 술집이나 나무들을 둘러보며 그곳에서 술 한 잔하고 싶다. 도쿄에는 히로타와 더불어 마사코라는 또다른 친구도 있다. 마사코는 내년에 한국에 올 계획이라고 했다. 도쿄의 신주쿠역 근방에 있는 술집에서 만나 늦게까지 술을 마시곤 했던 일본 친구들이다. 내년에는 일정을 잘 맞춰 서울에서 하루 일정을 내가 가는 술집으로만 순례하고 싶다. 잠시 둘을 만나 보냈던 옛 시간의 기억이 지나간다. 3년만에 또다른 추억 하나를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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