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안성호는 책나왔다고 출판 기념회하는 것은 이제는 좀 촌스러운 것 같다며 그냥 아는 사람 몇이 모여 술이나 마시자고 했다. 그래서 안성호 소설 『달수들』이 나온 것을 핑계삼아 성산동에 모여 술을 마셨다. 나도 그 술자리에 끼었다. 소설가 이명랑, 이순임, 은승완이 함께 해주었다. 역시 이런 자리의 가장 큰 재미는 소설의 뒷얘기를 듣는 것인데 안성호 소설가가 뒷얘기를 많이 풀어놓았다. 궁금한 것도 물어볼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
모인 사람들이 모두 안성호의 소설 『달수들』이 출간된 것을 축하해 주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진 않았다. 사람 하나에 손가락 하나를 접으며 헤아려 보았으나 열 손가락을 다 접질 못했다. 출간된 소설에게도 자리 하나를 내주었다. 소설 『달수들』은 책 다섯 권으로 하체를 만들고, 책 두 권으로 상체를 만들더니 하체와 상체를 반듯이 접고는 의자에 앉았다. 책까지 일원으로 끼워 얘기를 나누긴 생전 처음이었다. 모임이 끝나고 집에 가자고 하면 상체와 하체를 펴고 일어나서 하체의 겹친 책들을 아래로 툭 떨어뜨려 다리로 삼을 줄 알았다. 따라올 때 조금 걸음이 흔들거리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모두 가방 속으로 들어가 몸을 포개버리고 말았다. 소설 속에는 불가능이 없는 환상의 세상이 있었으나 책 바깥을 나오진 못했다. 그러나 환상을 꿈꿀 수 있게 해준 책이기는 했다.
소설가 안성호. 나이를 스무살 정도 낮출 수 있는 위치가 있는데 이상하게 그런 위치를 잘 찾아서 앉는다. 모델과 사진작가의 관계가 이 정도 되었으면 이제는 벗고 찍어야 하는데 사진작가가 마다해서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에도 벗지는 않았다.
소설가 은승완. 오늘 처음 보았다. 도서출판 이리에서 펴낸 『적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이순신 외전』과 문학사상에서 나온 『도서관 노마드』를 썼다.
소설가 이순임. 오늘이 두 번째 만남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자신의 소설과 함께 무대 위에 있었다. 그날은 그의 소설을 들었다. 낭독을 했다는 뜻이다.
소설가 이명랑. 오늘 처음 봤다. 자리는 잘 잡았는데 조명이 그만 얼굴의 볼에서 명암을 달리하여 아쉽게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