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월의 문곡리이다. 내 고향이다. 영월 읍내로부터 40리나 떨어져 있는 시골 마을이다. 길도 없는 숲을 헤쳐가며 산에 오르면 한 손에 다 잡힐 것만 같은 작은 마을이다. 나는 이곳에서 20년을 자랐다. 어릴 적 기억이 곳곳에 배어 있다. 눈을 감아도 훤히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20년 이후의 삶은 내내 서울에서 살고 있다. 고향에서 산 것보다 더 오랜 삶을 살았지만 서울은 고향 같질 않다. 그렇다고 내려가서 여생을 마무리하고 싶을 만큼 고향이 사무치게 그립지도 않다. 그냥 가끔 생각날 뿐이다.
고향에는 가면 반겨줄 친구들이 있다. 익숙한 산과 강, 냇물은 고향의 언저리에 들어서는 순간,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그러나 나는 고향의 불편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가끔 내려간 고향에 내려가긴 하지만 편리에 길들여진 나는 돌아온 서울에서 마음이 더 편해지곤 한다.
고향같지는 않지만 서울은 떠나면 그리운 곳이 되었다. 딸은 서울이 고향 같은가 보다. 잠깐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에 머물렀던 딸은 캠퍼스 바깥을 나가면 아무 것도 없었던 곳을 떠나 뉴욕에 도착했을 때 마치 고향에 온 기분이었다고 했었다. 나도 요즘은 그렇다. 고향 내려갔다 올라오면 고향 같지도 않은 서울이 마냥 편안하다.
고향은 가끔 그립다. 나는 알고 있다. 그 그리움이 내려가면 일주일을 못넘길 그리움이란 것을. 그렇게 고향은 가끔 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