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에서 한해 동안 보았다. 느티나무 두 그루의 사랑이었다. 시작은 봄날 잎을 틔우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것이 모두 사랑의 싹이었다는 것을 눈치챈 것은 여름이었다. 잎들을 혓바닥처럼 뒤섞어 입맞춤을 진하게 나누는 뜨거운 사랑으로 온여름날이 지나갔다. 내가 나무 밑을 지나칠 때마다 올려다 보아도 내 시선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제 그 뜨겁던 나무의 여름 사랑이 식는다. 둘은 겨울을 냉랭하게 보낼 것이다. 느티나무 두 그루는 계절에 맞추어 자연스럽게 사랑을 했다. 식는 사랑을 아니 된다 고집하지 않고 보낼 것이다. 자연스럽게 사랑이 뜨거워지고 자연스럽게 사랑이 식는다. 세상의 모든 사랑이 영원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여름날만 뜨겁게 사랑하고 가을이 오면 식는 사랑을 보낼 줄 알아야 한다. 겨울은 혼자 덜덜 떨며 춥게 보내고 봄날을 꿈꿀 일이다. 여긴 한해내내 뜨겁고 푸르다는 아프리카가 아니다. 이곳엔 이곳의 사랑이 있다.
2 thoughts on “느티나무의 사랑”
아. 로맨틱한 느티나무였군요.
식는 것도 사랑이라는 시선에
잠시 멈추었다 갑니다.
앗, 배우께서. 블로그의 영광입니다. 올해 봄에 이사와서 동네가 낯설었는데 나무들이 아주 좋더라구요. 느티나무의 사랑을 본 것도 좋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