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청역 근처의 맥주집에서 아는 사람들과 술을 마셨다. 막 해가 진 뒤에 만났으나 술은 우리들을 늦은 시간으로 데려간다. 그래도 지하철이 끊기기 전에 천호동집으로 귀가했다. 공덕역에서 집에 오는 열차가 있었다. 마지막 열차는 아니었다. 굽은다리역에 내려 전광판을 보니 18분 뒤에 마지막 열차가 있다. 심리적으로는 어제 일이나 실제로는 오늘 일이다. 술을 마시면 어제를 건너 오늘 집으로 들어오게 된다.
굽은다리역에서 내리면 이어져 있는 홈플러스로 들어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으로 올라간 뒤 집으로 가는 것이 내가 낮에 가는 흔한 방향이다. 하지만 시간이 늦어지면 홈플러스가 문을 닫는다. 그때는 역을 곧장 빠져나와야 한다. 그러면 홈플러스 앞으로 느티나무가 아주 좋은 짧은 길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구간이다. 가로등이 느티나무 단풍을 밝히고 있었다. 그 아래서 잠시 밤단풍놀이를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