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나온 할머니 한 분이
굽은 허리를 지팡이로 받쳐가며
공원의 벤치로 걸어간다.
공원 벤치 하나는
이미 누군가가 차지하고 누웠다.
그는 윗옷을 벗어 상체만 덮고 있다.
그의 상의가 궁색한 이불로 보인다.
그 궁색한 이불이 안되 보였는지
가을 햇볕이 그 위로 엷은 온기 한겹을 더 덮어준다.
할머니의 벤치는 비어있는 그의 옆자리 벤치이다.
오는 시간을 아는지
가을 햇볕이 미리 벤치에 앉아
자리를 따뜻하게 덥혀 놓고 있다.
한계절 넘쳐나던 그 온기가,
이제 상당히 아쉬운 계절이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햇볕에겐 나누어줄 온기가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