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라 집에서 그녀가 끓여주는 떡만두국 먹었다. 만두가 들어갔지만 그래도 설날에는 만두가 이름을 미련없이 양보하면서 떡국으로 통하게 된다. 당연히 떡이 들어가 있다. 한국의 설날 떡국은 신비로운 음식이다. 떡국을 끓일 때 음식에 한 살의 나이가 가미된다. 우리가 떡국을 먹고 한 살을 더 먹게 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두 그릇이나 세 그릇을 먹어도 한 살을 더 먹는 것은 똑같다. 나이가 그릇 수대로 가지는 않는다. 떡국에 나이가 녹아드는 것은 설날의 떡국만 그렇다. 다른 날의 떡국은 그냥 떡국일 뿐이다. 그녀가 중간에 만두 하나를 더 담아주었다. 간만에 가족 모두가 식탁에 앉아 함께 먹은 아침이기도 했다. 점심은 잡채밥을 해주었다. 떡국은 설날 음식이지만 잡채밥을 설날에 먹기는 처음이다. 잡채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저녁은 소고기무국이었다. 반찬으로는 호박전이 맛있었다. 하루 세 끼를 다 먹었다. 설날은 우리에게 새해의 첫날이다. 새해가 그녀가 해준 세 끼의 밥으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