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망울 잡힌 매화

Photo by Kim Dong Won
2024년 2월 26일 서울 강서구의 마곡동에서

나무는 지금 가장 먼저 봄을 맞을 꽃을 준비 중이다. 그건 이 나무가 매실나무라는 뜻이다. 매화는 가장 먼저 봄을 부르는 꽃이다. 봄은 매화를 보러 왔다가 발목이 잡힌다. 계속 이어지는 꽃들 때문이다. 봄은 꽃을 보러왔다가 눌러 앉아 뜨거워지고 그리고 마음이 식었을 때쯤 이제 갈 때라고 통고를 하고 떠난다. 겨울이 추운 것은 가을이 갔기 때문이 아니라 그때 봄이 떠났기 때문이다. 가을이란 뜨거워진 봄의 체온이 식고 그 식은 체온마저 비우는 이별의 계절이다. 그래서 겨울이 춥다. 체온을 잃은 계절이 어찌 춥지 않겠는가. 하지만 봄은 다시 돌아온다. 매해 매화가 가장 먼저 돌아올 그 봄을 감지한다. 그것은 사랑의 귀환이기도 하다. 사랑은 떠나고 또 돌아온다. 매화가 꽃망울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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