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좋은 동네의 아파트 단지를 찾아가 벚꽃 구경을 하고 있을 때 막 꽃잎이 눈처럼 날리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 그녀에게 아직은 동네 아파트의 벚꽃이 볼만하더라고 얘기해 주었다. 그러나 그날 저녁 그녀가 차를 몰고 동네 벚꽃길을 지나가 봤지만 다 졌더라고 했다. 다음 날, 차를 몰고 서울양양고속도로로 이어지는 미사대교를 타고 한강을 넘어 북쪽의 덕소쪽을 지나가게 되었다. 꽃잎이 날리고 있었지만 한창이었다. 봄이 한강을 건너 북쪽 강변의 벚나무를 찾아가는데 이틀 정도 걸리는가 보다. 집으로 오는 길에 미사리 조정경기장에 들렀다. 경기장 남쪽은 벚꽃이 절반쯤 졌는데 북쪽은 한창이다. 봄이 경기장의 물을 건너 빤히 보이는 경기장 북쪽의 벚나무들과 만나고 그 기쁨을 꽃으로 나누는데 하루가 걸린다. 내가 느린 걸음으로 걸어도 금방 가는 경기장 북쪽의 길을 봄은 하루가 걸려 건넌다. 봄의 걸음이 나보다는 훨씬 느리다. 그럴 수밖에 없다. 벚나무를 하나하나 만나며 가는 걸음이기 때문이다. 봄이 걸음이 꽃들을 하나하나 만나며 천천히 우리 곁을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