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의 목련

Photo by Kim Dong Won
2024년 4월 12일 서울 방화에서

방화에 다녀왔다. 내가 집나가 지난 한 해를 보낸 곳이다. 처음 방화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꽃들이 봄을 열기 전이었다. 천호동에서 맞는 것을 반복하던 봄을 지난 해는 방화에서 맞았다. 꽃나무들이 많아서 좋았다. 집나와 혼자 사는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특히 벚꽃이 많았다. 한강변에 나가면 끝없이 이어지던 조팝나무꽃들도 인상 깊었다. 개화산을 넘어 만나러 갔던 복사꽃은 매해 잊지 않고 찾고 싶다는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지만 마음은 마음으로 끝나고 말았다.
올해 매화가 막 피기 시작하던 시기에 방화를 떠나 천호동으로 돌아왔다. 꽃의 봄이 거의 다가고 방화를 찾았다. 벚꽃은 거의 다 졌지만 북향의 아파트 그늘 속에 목련이 한창이었다. 늦은 내 걸음에 맞추어 남겨둔 꽃들 같았다. 아파트의 2, 3층을 오르내리며 목련을 들여다 보았다. 대개 목련은 올려다 보아야 하지만 아파트 단지에선 층을 올라가면 내려다 볼 수가 있다. 마치 너를 위해 남겨두었다며 꽃을 내게 내미는 느낌이 역력해진다. 내게는 나를 기다리며 늦게까지 남겨둔 꽃의 시간이었다. 동네를 돌아다니며 주는 꽃 모두 마음에 담았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씩 찾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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