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이 물드는 것으로 가을이 왔음을 알 수 있었다. 잎들이 하나둘 색에 물드는 갯수를 늘려갈 때면 그에 맞추어 바람의 기온도 적당히 냉기를 섞어가며 바뀌곤 했었다. 올해는 달랐다. 9월이 중순을 넘기고도 바람이 뜨거웠고 높은 습도에 변함이 없었다. 나무에서 색에 물든 잎들을 볼 수 있었지만 바람은 뜨거운 여름의 것 그대로였다. 어제 저녁 대학로에서 밤늦은 시간의 술자리를 일어서고 집에 와서 동네의 골목길을 걸어올 때 바람이 드디어 가을 바람이었다. 집에 들어와선 추워서 열어놓은 문을 닫고 자야 했다. 아침에 일어나 다시 문을 열어놓았다. 올해 처음으로 맛본 가을 바람이 반가웠기 때문이었다. 바람으로 온 가을이 집안에 가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