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은 시간의 귀가길에는 가로등이 밝혀준 느티나무의 가을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나뭇가지는 마치 느린 번개처럼 뻗어나간다. 번개는 어두운 하늘에 흰빛으로 자신의 발자국을 그렸다 순식간에 지워버리지만 나무가 가지를 내세워 그리는 번개는 진한 검정으로 뻗는다. 이 맘 때의 나뭇가지는 가지에 매단 잎들이 색을 바꿔 계절의 변화를 알린다. 가로등이 불을 밝히는 밤에는 그 계절이 불빛과 뒤섞인다. 집으로 가던 걸음이 그 불빛과 뒤섞인 가을의 색 앞에서 잠시 멈춘다. 올려다 보면 아름다운 가을이 눈에 담긴다. 잠시 서 있다 가는 그 시간이 한 계절이 지나는 동안 습관처럼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