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끝의 연밭

Photo by Kim Dong Won
2025년 2월 21일 경기도 팔당의 두물머리에서

겨울의 연밭은 마치 두 시간의 계엄이 휩쓸고 간 폐허 같다. 다시는 생명을 볼 수 없을 듯한 이 폐허에도 내란 수괴의 파면을 지나 기적처럼 봄이 온다. 몇 번의 계엄이 연밭을 폐허로 만들었지만 한 번도 이곳의 생명을 뿌리채 흔들지는 못했다. 언제나 봄은 어김이 없다. 봄은 자연의 질서 같지만 어김없는 그 질서로 민주의 봄을 확고하게 예고한다. 바람이 쌀쌀했지만 햇볕이 연밭을 깊이 파고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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