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몹시도 거세게 쏟아지던 날,
카메라를 들고 동네를 쏘다니다가
빗방울에게서 불의 꿈을 보았다.
그것이 가능한 것일까.
왜 물은 물의 존재를 지워버릴지도 모를
정반대의 불을 꿈꾼 것일까.
알 수가 없다.
다만 그저 그 정반대의 세상에
꿈으로 들어앉으면
그게 공존의 이상이 아닐까.
빗방울은 불을 꿈꾸며
공존의 이상을 그려본 것일까.
그 날 내가 불의 꿈을 엿보았던 빗방울은
모두 세 가지였다.
뜨거운 화산 폭발을 꿈꾼 빗방울.
산산이 부서져 태양의 빛처럼
세상에 환하게 흩어지고 싶었던 빗방울.
불꽃 놀이 한판 벌이며
어두운 하늘에 꽃으로 피었다 지고 싶었던 빗방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