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표는 항상
끝을 뾰족하게 내밀어
방향을 콕콕 찔렀다.
그래도 방향은
아무 항의 한마디 못하고
화살표가 찌르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방향은 언제나
화살표에게 당하고 사는 느낌이었다.
억울하기 짝이 없는 삶이었다.
내가 왜 매일
화살표의 하수인처럼 살아야 하냐며
억울해하던 방향은
어느 날 화살표를 버리고 도망을 쳤다.
화살표가 없는 세상에서
방향은 이제 모든 방향을 다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방향이 모든 방향을 다 갖게 되자
그때부터 방향을 종잡을 수가 없었다.
수많은 방향의 세상은
졸지에 방향이 없는 세상이 되었다.
방향은 방향을 모두 갖고도
방향이 없는 허전함을 앓아야 했다.
화살표가 그리웠다.
방향은 다시 화살표의 동네로 돌아왔다.
화살표는 여전히 한 방향으로
방향을 찌르고 있었다.
그러나 예전과는 좀 달랐다.
예전에는 화살표가 방향을 쿡 찌르면
그리로만 가라는 소리로 들렸으나
이제는 방향에게
한 방향만 갖고 다른 방향은
모두 다 내려놓으라는 소리로 들렸다.
모든 방향을 내려놓고
오직 한 방향만을 갖자
방향에게 선명하게 방향이 생겼다.
이제 방향은 방향을 내려놓고 방향을 얻었다.
방향과 화살표, 둘은
그 뒤로는 서로 알콩달콩
잘 살았다고 한다.
4 thoughts on “화살표와 방향”
막상 보면 별 볼품 없어 스쳐지나갔을 화살표가 오늘 따라 있어보이는데요.^^
그런데 저는 방향이 도대체 몇 번 쓰였나 세다가 그만 방향을 잃어버리고 말았네요.ㅋㅋ
마지막에 여기서 문제나하.. 지금까지 방향은 몇번 쓰였을까요를 덧붙여야 할까봐요. ㅋㅋ
끝이 뾰쬭한 걸로 콕콕 찌르면 얼마나 아팠을까요ㅋㅋ
알고 보니 같이 살자고 옆구리 콕콕 찌른 것이었다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