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과 줄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11월 16일 서울 덕수궁 뒤 정동에서

벽돌들은 반듯이 줄을 맞추지 않았다.
줄을 맞추어 반듯하게 서면
벽의 세상은 안정되었으나
바로 옆에 벽돌을 두고도
모두가 곁눈질도 못하고
앞만 바라보아야 했다.
같이 있어도 모두가 남이었다.
줄을 버리자 벽은 불안해졌다.
그러나 그때부터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서로를 지탱하게 되었다.
더 이상 남이 아니었다.
반듯한 벽의 세상에선
벽돌들이 남처럼 모여있었고
벽이 무너진 세상에선
벽돌들이 너나 없이 모여 있었다.

4 thoughts on “벽돌과 줄

  1. 그러고보니 참 다양하게도 벽돌을 쌓아 놓았네요, 아니, 모여 있네요.^^
    게다가 군데군데 틈까지 숨을 쉬고 있어 훨씬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더불어 함께 어울리고 서로를 지지해야 한다는 인생론을 엿보고 갑니다.

    1. 아마도 새로 벽을 쌓으면서 나온 벽돌이 아닐까 싶기도 했어요. 주차장 한켠에 쌓아두었더라구요. 연륜있는 벽돌로 보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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