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정선의 몰운대 절벽 위에서
아래쪽을 흘러가는 개울을 내려다본다.
바닥에 깔린 자갈을 밟고 가야 하는 개울은
울퉁불퉁한 자갈을 밟을 때마다
연신 몸이 불안하게 기우뚱거리고
그때마다 물결이 인다.
물결은 끊임이 없다.
잠시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다.
좋은 경치를 바로 옆에 두고도
걸음을 멈출 수가 없다.
하지만 아득한 높이로 솟은 몰운대 절벽의 바위엔
한순간도 쉼이 없던 그 물결이
절벽의 높이보다 더 아득한 세월을
단단하게 굳힌채 누워있다.
정선 지방의 지질이 중생대의 것이라는 얘기가 있고
중생대가 멀리는 지금부터 2억5천만년전,
가까이로는 6천5백만년전의 세상이라고 하니
아무리 가까이 잡아도 물결은
6천5백만년을 굳어 있었을 것이다.
물결도 굳는다.
아마도 물결로 굳기 위해
뻘처럼 부드러운 흙이 필요했을 것이다.
물은 흙의 몸에 물결을 새길 때는 부드럽게 움직였을 것이나
한번 물결을 새기고 나선 그때부터 움직임을 버렸다.
아득하게 내려보이는 개울에선
물결이 걸음을 재촉하며 세월을 건너고
절벽 위의 바위에선 굳은 물결이
꼼짝도 하지 않고 한자리에 누워 세월을 보낸다.
물결의 세월은 때로 발빠르게 움직여서 흐르고
또 물결의 세월은 때로 꼼짝하지 않는데도 흐른다.
2 thoughts on “물결 화석”
고향이 그쪽이셔서 덕분에 영월과 정선 여행을 두어 번 할 수 있었는데,
몰운대라는 이름이 낯설지가 않네요.
저는 이제 영월보다 정선이 더 좋더라구요.
정선은 영월처럼 길이 나지 않았으면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