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가을 장미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10월 30일 서울 망원동에서

그녀는 원래
움직일 수 없는 초점을 가졌다.
누군가 그런 그녀에게
가을 장미 한 송이를 남겼다.
굳은 초점은
초점을 벗어난 것에
눈길을 주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장미는 알고 있었다.
자리를 잘 잡으면
그녀의 초점을 모두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하여 장미는
그녀의 초점을 모두 장악했다.
그녀는 그때부터
하염없이 꽃만 바라보며
이 가을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
누가 남긴 것이든
그녀는 초점을 장악한 장미에게
그녀의 시선을 모두 빼앗겼다.

2 thoughts on “그녀의 가을 장미

  1. 순수하지 않은 저는, 저 장미도 조각 작품이 아닐까 의심하고,
    순수한 저는, 그녀의 응시가 결국은 꽃을 피워낸 게 아닌가 생각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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