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두 길

Photo by Kim Dong Won
2015년 3월 24일 강원도 춘천 동면의 품걸리에서

길은 배를 곯는 가난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점심 시간이면 물로 배를 채워야 하는 가난이었다고 했다.
시작은 같았으나 길은 방향을 나누어 좌우로 갈라섰다.
좌로 간 이도 성공을 하고,
우로 간 이도 성공을 하여
더 이상 배를 곯는 시간은 살지 않게 되었다.
아니, 이제는 맛난 것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길이 시작되는 곳에선
여전히 배를 곯는 가난이 있었다.
좌로 간 이는 점심 시간에 배곯는 과거는
더 이상 없도록 하자며
다들 돈을 걷어 모두가 함께 먹는 점심을 마련하자고 했다.
물론 돈이 많은 자는 좀더 내자고 했다.
그가 과거를 찾았을 때
점심 자리에선 가난한 이와 그렇지 않은 이가
모두 함께 배를 채울 수 있었다.
우로 간 이도 과거를 찾았다.
그는 자신은 가난에도 불구하고
혼자의 힘으로 악착같이 노력하여
더이상 배고픔은 없는 오늘의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물로 배를 채워야 하는 배고픈 시절을
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며 살아가면
모두 자신같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도 점심 자리를 마련했다.
그 점심은 가난한 자들만 골라 따로 마련되었다.
하지만 누가 가난한지 어떻게 알 수 있으랴.
점심을 먹기 전에 가난한 자들은
먼저 자신이 가난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그 자리의 가난은 수치가 되었고,
점심 시간은 가난의 수치심을
한끼의 점심과 바꾸어야 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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