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은 영월이다.
영월은 많이 망가졌다.
영월까지 뚫린 4차로의 시원한 길이
영월을 망가뜨리는데 크게 한몫했다.
덕분에 고향까지 가는데 걸렸던 네다섯의 시간이
이제는 두 시간에 갈 수 있게 되었다.
영월의 바로 옆에 정선이 있다.
정선은 아직 예전 그대로이다.
정선의 모든 길은
거의 2차로로 구불거리며
내게 남아있는 옛기억에서 변함이 없다.
다만 옛날과 달리 모두 포장은 되었다.
때문에 정선은 길가의 풍경이 아주 좋다.
지나는 차의 옆으로
옥수수가 반쯤 자라
이제 막 성장의 속도를 내는 밭이 있었고,
그 너머로 홀로 서 있는 나무 한그루가 보인다.
이 풍경도 볼만하다.
언젠가 정선의 한적한 도로를 따라 걷고 있던
외국인을 본 적이 있다.
나도 잘 모르는 한국의 시골을 걷고 있는 그가
참 대단하게 보였다.
정선의 길가 풍경을 생각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정선의 길은 걸어다녀야 한다.
하지만 차는 그 길을 휙휙 지나친다.
언젠가 나도 정선이나 인제의 좁은 옛도로를
천천히 걷다가 걸음을 세우고
밭가운데 홀로선 나무에게
나무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시간을 내주고 싶다.
갓자란 옥수수가
서너 해에 한번씩 이 밭을 찾아와
한계절 뿌리를 내리고 사는데
올 때마다 밭의 나무 아저씨가
반겨준다는 얘기를 해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