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회색의 몸

Photo by Kim Dong Won
2015년 8월 22일 서울 천호동에서

아파트 계단에 서서 나는 상상했다. 어떤 벌거벗은 회색의 몸을. 사실 그런 것은 없었다. 벽의 구석진 곳을 하나의 꼭지점 삼아 서로 만난 벽면이 있었을 뿐이다. 그 벽에서 은밀한 몸을 뜯어내 내 눈을 유혹한 뒤 상상력을 자극한 것은 카메라였다. 카메라는 내게 속삭였다. 사실을 버려. 그럼 세상에 은밀한 재미가 가득차 있어. 나는 그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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