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친구들이 올라와 한강변에서 술을 마셨다. 2천원짜리 돛자리를 5천원이나 주고 사야 했다. 두 배반의 날강도짓이 버젓이 통하는 곳이 서울이다. 잔디밭에 돛자리를 펴고 둘러앉았다. 잔디밭이 약간 기울어져 있었으나 강원도 비탈 태생들이라 그런지 평지처럼 앉아서 얘기들을 나누었다. 늦은 시간의 한강변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친구 중의 한 명이 물었다. 왜 밤에 잠도 안자고 이렇게 강에 나와 돌아다니냐. 내가 말해주었다. 야, 보면 몰라. 서울은 잠을 짙고 안락하게 덮어줄 어둠이 없어. 그래서 밤에도 잠을 자기가 힘들어. 어둠 대신 잠을 덮어줄 피곤을 만날 때까지 이렇게 한강변을 떠돌 수밖에 없어. 서울에 온 고향 친구들도 지나가던 피곤이 이제 그만 잡아놓은 숙소에 가서 자자 하고 팔을 이끌 때까지 한강변에서 늦은 시간까지 수다를 떨었다.
2 thoughts on “잠못드는 서울의 밤”
잠을 덮어주는 어둠과 피곤이란 두 친구, 정말 요긴하죠.^^
강원도 가면 어둠의 진면목을 체험할 시간에 놀고 있었죠. 해지고 나면 할일을 찾기 어려운 것이 시골 같아요. 전등 갖고 내려가서 그 어둠 속을 걸어다니는 것도 재미난데 이번에는 친구들이 간만에 서울에 왔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