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제주로 내려간 날부터 난 일하다 피곤하면 잠깐씩 네 침대에 누워서 쉬고 있어. 그러다 밤이면 네 침대에서 잠을 자. 너의 빈자리지. 그러니까 너의 빈자리를 내가 메꾸고 있다는 얘기야. 어때? 멀리 떨어져 있고, 나도 네 곁에 없는데 이상하게 나로 네가 꽉찬 느낌이 들진 않어? 나는 어떠냐구? 난 네 침대에 누을 때마다 네가 네 품에 나를 안아주는 느낌이야. 이상하게 네가 집에 있지도 않은데 그런 느낌이 들어. 이게 오래 살면 존재의 거처가 곧 존재가 되기도 하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뭐든 오래 갖고 있거나 한곳에서 오래살면 버리거나 살던 곳을 뜨기가 쉽지가 않은가봐. 원래 품은 내 품이 더 넓은데 침대에 누을 때마다 네가 이렇게 품이 넓었나 그러고 있어. 생각해보면 너와 함께 지낼 때도 종종 너의 침대에 눕기는 했었지. 하지만 그때는 느낌이 달랐어. 마치 네 자리를 흘낏거리는 느낌이었지. 같은 자리가 빈자리가 되고 보니 느낌이 전혀 다르네. 빈자리가 빈자리가 아니야. 나만 그런 건지, 침대 한켠의 곰돌이 녀석은 네가 없다고 약간 침울한 표정이 되었어. 잘 지내다가 와.
2 thoughts on “그녀의 빈자리”
그녀들의 빈자리라고 해야 하지 않나요? ㅋㅋ
제주도의 바람과 귤밭 풍경으로 시원해져서 더 멋진 해후를 하시게 될 텐데요, 뭘!^^
뭐, 거의 그녀의 빈자리죠. 다른 여자분은 채 한달도 있질 않아서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