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불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10월 29일 경기도 광주의 남한산성에서

가을은 불탄다.
하지만 나는 한번도
소방서에 신고하지 않았다.
가을의 불은
겨울이 곧 진화해 줄 것이란 사실을
나는 잘알고 있다.
언제나처럼 그때까지 나는
여유롭게 불구경이다.

(썼다가 다시 또 쓴다)

불이라 한들 어찌 믿지 않으랴. 그러나 나는 119에 전화 걸지 않았다. 이 불을 무엇이 잠재울지도 다 알고 있다. 다가올 겨울이 가을의 불을 진화할 것이다. 쌀쌀하게 가라앉은 아침 날씨는 벌써 진화를 예고한다. 눈에 비치는 대로 믿어 불꽃을 확신한 누군가가 오는 겨울에 독촉 전화를 넣은 것이 분명하다. 나도 잠깐씩 정말 불이 아닐까, 마음이 흔들려, 전화기를 흘낏거리기는 했다. 그러나 나는 전화는 걸지 않았다.

2 thoughts on “가을의 불

  1. 그러고보니 붉게 물든 단풍을 보면서 불타는 가을은 노래했어도 소방서는 미처
    생각을 못했네요.^^ 아마도 눈으로만 보고 불에 손을 가까이 대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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