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영월하면 동강만 떠올리지만 영월은 사실 동강과 서강이 합쳐지는 곳이다. 내게는 동강보다 서강이 더 익숙하다. 주천강과 평창강의 물이 합쳐져 서강을 이룬다. 그리고 자잘한 개천이 사이사이 끼어들며 강의 덩치를 키워준다. 어릴 때의 기억 속에서 내게 더 친숙했던 곳은 서강이다. 내게 서강은 영월의 것이라기 보다 연당과 문개실의 것이었다. 나는 그 두 곳의 서강변에서 많이 놀았었다. 고향가는 길은 항상 이 서강을 끼고 돌며 영월까지 이어졌다. 때문에 영월로 내려가는 길에선 강변의 풍경에 취해 차를 멈추는 일이 잦았었다. 하지만 새로운 도로가 나면서 차를 멈추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그 길은 터널을 뚫어가며 영월까지 빠르게 가는데 급급했다. 풍경이 나타나도 길을 벗어나 곧바로 차를 세울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다. 옛생각에 끌려 일부러 연당의 서강에 들렀다. 강은 많이 얕아져 있었다. 어릴 때는 내 키를 훌쩍 넘기는 깊이를 갖고 있었으나 이제는 깊은 곳도 무릎이나 찰까 싶었다. 사람들만 서울로 모이는 것이 아닌가 보다. 물들도 모두 서울의 한강으로 떠났나 보다. 그래도 여전히 영월의 강을 지키는 물줄기가 마르진 않고 있었다. 강변에는 얼음이 잡혀 있었다. 그리 두껍지는 않았다. 쩍쩍 갈라지는 얼음 소리를 들으며 강변의 얼음판 위를 걸어다녔다. 간만에 밟아본 얼음이기도 했다. 고향에 가면 걸음을 딛는 어디나 온통 어릴 적 기억들이다. 고향 간 길에 잠시 또 어릴 적의 기억 속을 거닐었다.
2 thoughts on “연당의 서강”
대개 방위를 가리키는 이름이 붙으면 평범해지는데, 동강과 서강은 풍경이 좋아서
그런지 조금 특별한 느낌이 납니다. 연당과 문개실이란 동네 이름도 예쁜데요.^^
연당은 외가집이 있어서 자주 갔었어요. 어릴 때는 이 강을 헤엄쳐 건너는 것이 큰 자랑거리였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