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1월은 겨울이다. 겨울은 2월까지 이어진다. 3월이 오기 전에는 바깥에서 꽃을 보기 어렵다. 바다를 건너 도쿄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도쿄의 1월도 겨울이긴 마찬가지이지만 간간히 꽃을 만날 수 있다. 추위에 한껏 움츠러든 모습이지만 그래도 공원의 볕이 좋은 자리엔 여전히 꽃이 있다. 서울의 추위는 겨울이면 때로 우리들을 무섭게 위협하지만 도쿄에서 만나는 겨울은 서울에서 온 이국인에게 겨울이 맞나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도쿄의 어느 절에 들어갔다가 1월의 추위에도 여전히 고운 색깔을 내밀고 있는 꽃을 본 적이 있다. 서울과는 달리 따뜻한 겨울 덕택이었겠지만 꽃을 보았을 때의 느낌은 완전히 그 반대이다. 도쿄는 따뜻해서 겨울에도 꽃이 있는 곳이 아니라 꽃이 있어 겨울이 그 추위를 제맘대로 들이밀지 못하는 곳이었다. 아마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꽃들이 있어 추위는 전혀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곳이 나오고 겨울이란 말 자체가 사라지는 곳이 나올 것이다.
겨울의 도쿄를 찾은 내게 세상은 꽃과 추위가 맞서는 곳이다. 한해내내 꽃들이 겨울 추위를 막아 추위는 발도 들이지 못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 아직 그런 곳은 가보지 못했다. 그러나 걱정은 않을 생각이다. 3월이면 꽃들이 또 세상으로 몰려나와 따뜻한 봄을 시위하고 겨울은 추위로 쌓아올린 계절의 권력을 내려놓을 것이다.
올해는 유난히 꽃들이 기다려진다. 봄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꽃을 기다리는 겨울이다. 오는 봄이 아니라 꽃이 가져다주는 봄을 기다리고 있다. 꽃이 없는 곳의 봄을 생각하면 마음이 황폐해진다. 누군가 봄을 놓고 갔는데 가져온 이를 알 수 없는 곳은 궁금증으로 속을 앓다가 죽을 지도 모른다. 사실 도쿄처럼 겨울에도 꽃을 볼 수 있는 곳도 의아하긴 마찬가지이다. 따뜻함을 지키고 있는 것이 꽃인데도 겨울 추위가 그 정도로 흘러간다면 추위를 막고 있는 것이 꽃이란 것을 알 수가 없을 것이다. 사시사철이 온통 꽃이라면 얘기는 더 심각해진다. 햇볕을 불러다 겨울의 남하를 막고 한치의 틈도 없이 무더위의 성벽을 쌓아놓은 것이 꽃이란 것을 어찌 알 수 있으랴.
올해도 3월이면 봄이 온다. 아니 꽃들이 온다. 마치 봄을 시위하듯.
4 thoughts on “겨울의 꽃”
한 겨울에 꽃…새해 첫날 올리신글 잘읽었어요. 여전히 왕성한 활동하시네요.
건강하세요.
들러주셔서 고마워요.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
비슷한 위도에 같은 시간대를 쓰는지라 계절 풍경이 조금 다를 순 있겠지만
한겨울에 꽃을 볼 수 있다는 건 정말 신기하겠는데요.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시길 빕니다.
꽤 여러 곳에서 봤어요. 동백은 상당히 많더라구요. 이건 찔레꽃 비슷해서 더욱 눈길이 갔던 것 같아요. 새해에 복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시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