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과 안경

Photo by Kim Dong Won
2016년 1월 29일 우리 집의 내 책상에서
 

분명 시집을 엎어놓은 자리였는데 잠시 안경을 벗어놓은 사이에 인상적인 콧날 위에 안경을 얹어놓고 있는 누군가의 자리로 바뀌어 있었다. 얼굴은 꽤 넓어 보였으나 크다는 느낌은 없었다. 얼굴에서 이런 느낌을 받는 것이 정상인가 모르겠는데 얼굴이 두껍지 않고 얇다는 느낌을 받았다. 콧날은 정확히 얼굴의 절반을 가르고 지나가고 있었다. 콧날이 이마까지 뻗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런데도 자연스러워 보였다. 조금 당혹스럽기는 했다. 시집을 쓴 시인은 분명 여자로 알고 있었는데 안경을 쓴 이는 남자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안경을 돌려받자 사내는 온데간데 없고 다시 엎어놓은 시집만 그 자리에 있었다.

2 thoughts on “시집과 안경

  1. 진자 남자로 보이는데요.^^ 안경이 이렇게 멋진 소품이 될 수 있다는 걸,
    저같이 아직 안경 안 쓰는 이들은 헤아려 볼 기회가 없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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