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의 북과 남

Photo by Kim Dong Won
2002년 2월 14일 강원도 태백산에서
 

한창 추울 때의 태백산은 어디를 봐도 눈이다. 그러나 날이 한껏 풀린 2월의 겨울날을 골라 산행 날짜를 잡으면 태백산의 꼭대기에 이르렀을 때쯤 완전히 다른 두 계절의 풍경이 산을 반반씩 나누어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산의 북쪽은 여전히 겨울이어서 어디를 봐도 눈이다. 그것도 그냥 살짝 덮인 정도가 아니다. 그 위에 누워 뒹굴어도 좋을 만큼 깊게 쌓여 있는 눈이 남아 있다. 그러나 햇볕이 좋은 남쪽으로는 그냥 희끗한 흔적이 여기저기 옹색하게 남아 있을 뿐이다. 마치 급하게 도망가며 흘리고 간 물건들 같다. 남쪽으로는 봄기운이 완연하다. 북쪽 사면의 눈을 보고 있노라면 퇴각하는 겨울이 모두 북쪽으로 매복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날이기도 하다. 여유로운 것은 봄기운으로 무장한 남쪽이다. 북쪽의 눈은 깊이가 깊어도 밀리는 기색이 완연하다. 그래도 아마 북쪽 사면엔 한동안 겨울이 숨어지낼 곳이 많을 것이다. 봄은 그렇게 겨울을 매몰차게 몰아부치지 않는다.

Photo by Kim Dong Won
2002년 2월 14일 강원도 태백산에서

2 thoughts on “태백산의 북과 남

  1. 같은 날의 정상 풍경이 방향에 따라 이리 다르게 보이는군요.
    하긴 가까운 예봉산 정상만 해도 팔당쪽의 남사면과 반대쪽 눈 덮인 북사면 풍경이
    다르니까요. 그건 그렇고, 태백산 정상 멋있네요.

    1. 그래도 어디나 눈일 때가 좋더라구요. 앞은 이렇게 눈이 없는데 뒤로는 사실 눈썰매를 탈 수 있을 정도로 눈이 많기는 했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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